삼성전자, 對애플 특허전 '유럽불패' 행진..이유는?

유럽 법원, 디자인 특허 정의·범위 좁게 정의 영향
美 외 국가에선 애플 디자인 특허 인정 못받아

입력 : 2013-01-17 오후 3:28:13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애플과의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 특허소송에서 또 한 번 승리를 거두면서 '유럽불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달리 디자인 특허의 정의와 범위를 좁게 정의하는 유럽 법원 특유의 성격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전은 주로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유럽의 관문'으로 불리는 이번 네덜란드 법원 판결의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문화·지정학적으로 헤이그 법원이 유럽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판결은 지난해 10월 사실상 동일한 내용의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 영국 법원의 입장과 매우 유사하다. 이제 더 이상 유럽에서 애플의 태블릿PC 관련 디자인 특허 공세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는 상징성도 있다.
 
16일(현지시간) 헤이그 법원은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 갤럭시탭 8.9, 갤럭시탭 7.7이 애플의 아이패드 등록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하면서 "이 기기들은 둥그런 코너들과 비슷한 직사각형 형태를 공유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다르다"며 영국 법원과 거의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앞서 지난 2011년 9월 독일 법원의 경우 갤럭시탭10.1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판매금지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후 삼성이 관련 특허를 피해 내놓은 '갤럭시탭10.1N'에 대해 애플이 또다시 제기하자 이번에는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또 판매금지 조치 이후 삼성이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 관련 매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태블릿PC와 관련한 애플의 디자인 특허 공세는 안방인 미국에서도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본안소송에서 미국 배심원들조차 삼성전자가 갤럭시탭 10.1 디자인과 관련해서는 애플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평결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애플의 패소에 대해 미국 이 외의 국가에서 특허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의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상품의 외관, 혹은 느낌을 포괄하는 지적재산권 보호 장치'를 말한다.
 
기업 간 특허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특허법의 경우 속지주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한 국가의 판결이 다른 나라에 꼭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애플이 주장하는 트레이드 드레스를 권리로 인정하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제법인 관계자는 "실증주의적 특허제도를 가진 나라들, 즉 유럽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에서는 애플이 내세운 최대 쟁점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물론 운영체제와 관련한 기술적 문제들은 국가별로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네덜란드에서의 특허소송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초 애플이 제기했던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관련한 디자인 특허 소송의 경우 애플의 패배로 일단락 났지만, 삼성전자의 패소를 인정한 '포토 플리킹'(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볍게 밀어 다음 사진으로 넘어가는 기술) 등 운영체제(OS)와 관련한 사안은 아직 항소 과정이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삼성전자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적인 디자인 속성을 갖고 무리한 주장을 내세우며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송에 반대한다"며 "당사의 이 같은 주장을 확인해준 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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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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