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사라진 민족명절 `설`..경기불황에 여유없고 `서럽다`

"월급 빼고 다 올라..이번 설 지갑 닫는다"

입력 : 2013-01-18 오후 3:08:57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경기 침체가 국민 대명절을 앞둔 국민들의 설렘까지 앗아갔다.
 
올 들어 처음 맞는 민족 대명절인 만큼 그 여느 때보다 풍성해야 하지만 국민들은 주머니를 더 여매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2%대 초반의 안정세를 보였으나 연초 인상요인이 누적됐던 공공요금과 가공식품 가격이 잇따라 상승하면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부부터 공공요금까지..새해부터 가격인상 '러쉬'
 
정권이 바뀌는 틈을 타 가공식품부터 공공요금까지 가격 인상의 물꼬가 터졌다. 
 
지난해 추석 때부터 본격화된 식품업체의 물가 인상은 참치캔·조미료·맥주·즉석밥·두부·우유·밀가루·과자·소주 등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그 동안 가격을 너무 억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물가 인상 요인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품 가격 인상은 정권 교체기 때마다 있었다는 점에서 무작정 수긍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요금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14일 전기요금이 4.0% 인상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 하수도요금이 올랐다. 
 
여기에 연이은 한파까지 더해지며 채소값도 고공 행진 중이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로 인해 작황이 좋지 않아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와 롯데마트에 따르면 배추의 가락시장 도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9%, 당근은 291%, 무는 137%나 급등했다.
 
가정 주부 박재은(42세) 씨는 "장을 보다 보면 10만원은 거뜬히 나온다"면서 "날이 아무리 추워도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가벼운 지갑.."선물은 실속있게, 지출은 적게"
 
매달 받는 월급만 빼고 모두 오르자 한달도 안남은 민족명절 설에는 '긴축'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CJ오쇼핑(035760)이 고객 61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7%가 올해 설 연휴에는 지난해보다 지출을 줄이거나 동결하겠다고 답했다. 설 지출 예상금액은 평균 24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꼭 선물을 해야하는 곳에는 기존 설 명절 선물로 인기 있었던 중고가의 선물세트 대신 2~3만원의 실속형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유통 채널에 대한 이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설 12%였던 온라인 쇼핑에 대한 선호도는 올해 19%로 증가했다.
  
아울러 가정주부 10명중 4명 이상은 올 설 명절 소비를 지난해보다 줄일 방침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주부 350명에게 설 소비계획을 물은 결과, 올해 지출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일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44.3%였다.
 
설 소비를 줄이겠다는 이유로 '물가 상승'(41.9%), '실질 소득 감소'(21.9%) 등이 꼽혔다. 소비를 줄일 항목으로는 '선물·용돈(60.6%)'이 가장 높았다.
 
◇정부, 가격 안정위해 쌀·채소·한우 수급 조절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나섰다. 설 선물로 가장 인기가 있는 한우고기 선물세트를 시중가격보다 최대 37% 할인하고, 배추와 무·대파·당근 등 주요 채소류 총 5만여톤을 풀기로 했다.
 
고등어·오징어 등 수요가 많은 수산물의 비축 물량을 늘려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시중 가격보다 최대 50%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
 
그러나 정부는 사실상 가공식품 인상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조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편이 될지 모르고 공무원 이동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이슈가 소비자물가 안정에서 경제민주화로 이동했다"면서 "또 그동안 물가 안정을 위해 기업들에 인상 연기를 요청했으나 최근에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의 박재완 장관이 일침을 놨다.
 
박 장관은 18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물가에는 임기가 없다"며 "가공식품과 개인서비스 요금 등 원가 상승을 이유로 편승 인상하는 행위를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설을 앞두고 정부와 기업의 물가 숨바꼭질이 시작되는 모양새지만 늦은 감이 있다. "이미 다 올랐는데 이제와서..설이나 명절이 오면 서럽다"라는 서민들의 푸념이 예사롭지 않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임애신 기자
임애신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