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대출, 금융당국 엇갈린 주문..은행권 '진땀'

입력 : 2013-01-21 오후 3:32:27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중소기업 대출을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엇갈린 주문을 내놓으면서 은행권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에서는 저신용 중소기업에도 대출을 늘리라고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금감원은 ‘무조건’ 지원은 경쟁력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좀비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며 구조조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은행들은 다음달 출범할 새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할 방침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리스크 관리에도 소홀할 수 없어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에 은행들은 전체 금융지원 규모는 늘리면서도 대출 심사는 강화하는 쪽으로 양쪽(?)이 모두 만족할만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국 금융지원의 혜택은 그나마 신용도가 나은 일부 기업으로만 쏠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국 압박에 은행권 중기대출 규모 확대..전년比 1.4조 증가
 
21일 은행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권은 올해 중소기업에 총 30조8000억원을 대출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29조4000억원보다 1조4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은행들이 중기대출 규모를 늘리고 나선 것은 박근혜 당선인이 중소기업 지원을 강조하면서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8일 각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 수석부행장을 소집해 중소기업 대출 활성화를 위한 대책회의를 열고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에도 대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대한 자금 회수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내부적으로는 리스크 관리 강화.."선택과 집중"
 
하지만 지난 20일 권혁세 금감원장은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지원한다면 이미 경쟁력을 상실하고도 억지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만 늘어난다"며 "구조조정을 수반한 선별적 중소기업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며 다소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은행들이 경쟁력이 상실한 기업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되도록 유도하면서 담보나 보증은 없지만 우수한 기업을 골라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이 부실해지는 것을 막고 성장이 유망한 업종에 지원을 집중하기 위해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침체에 빠진 조선·건설·부동산 개발업에 대한 여신 심사기준을 강화해 대출비중을 축소하기로 했다. 반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휴대전화와 자동차업종 여신은 확대한다. 또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환율에 민감한 업종에 대해서도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중소기업 선별작업을 진행해 최근 3∼6개월간 연체액이 크게 늘어난 기업의 대출을 줄일 방침이다. 외환은행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기로 하고 기업 신용평가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신한은행도 자산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한 세부작업에 착수했다.
 
◇중기 대출 양극화 우려도
 
다만 이런 은행권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중소기업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소기업 자금 조달 규모는 35.2%로 2010년 36.6%, 2011년 35.6%에 이어 2년째 감소했다. 특히 은행권이 담보나 보증이 있는 개인사업자나 우량 중소기업에 대출을 집중하면서 중소기업 대출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출을 집중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영세기업은 아무래도 부실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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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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