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원화 강세로 국내 전자 부품업체들의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한 해 원달러 환율이 7.6% 절상된 데 올해도 계속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디스플레이 패널·반도체·전기전자 관련 기업들의 실적 하향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전기전자·정보기술(IT) 관련 완제품·부품업체들은 원화 강세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특히 거래 통화에서 달러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통화를 다양화하고 외화 자산과 외화 부채 간 균형을 맞추는 등 환율 변동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원화값을 달러당 1075원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21일 현재 원화값은 1059원을 기록중이다.
대한상의는 국내 수출 기업의 마진 확보를 위한 원달러 환율 '마지노선'으로 1086.2원으로 제시해 왔다. 마지노선이 무너지면서 마이너스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에서도 일본 업체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평판 TV·디스플레이 패널·LED·패키지 기판·2차전지·카메라모듈 관련 업체들은 '엔저' 현상까지 겹치며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증권업계는 원화 강세에 따른 최대 피해자로
LG디스플레이(034220)를 지목하고 있다. 21일 현재 달러당 1058원 수준인 원·달러 환율을 LG디스플레이 지난해 실적에 적용하면 순이익이 95% 이상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만 주요 업체들은 올해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평균 원달러 환율을 1060원 내외로 가정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원화 강세 속도만 완화되면 경영계획에서 큰 차질이 없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분기마다 사상최대 영업이익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삼성전자도 환율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유로화와 루블화 등 통화 대비 원화값 강세로 인해 영업이익에서 57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이 실적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복합적이어서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가격 경쟁력에는 악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수입해오는 부품·설비·원자재 등의 구매 비용에서는 플러스가 된다"며 "회사 자체의 경쟁력을 더욱 키워 대외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여러 부문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종호 대우증권 IT팀장은 "통상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영업이익의 15%가 움직인다고 판단하지만 최근에는 환율 하나로만 정확한 계산이 어렵다"며 "각 기업마다 (달러화가)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이 다르기 개별적으로 진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