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제 18대 대선이 끝난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지난해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와 관련된 테마주가 해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식시장을 휘젓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려주에 애정을 갖고 기업가치를 분석하던 애널리스트가 분석을 포기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책 테마주와 달리 단순한 친분과 인적관계에 기반한 정치 테마주의 경우, 선거 전·후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며 이내 테마형성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2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테마주의 주가변동폭은 302.3%로 1000%가 넘는 종목도 4곳에 달하는 등 극심한 변동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 테마주는, 특히 인맥테마주는 지난해 12월들어 거품이 빠지며 투자원금의 절반이상이 잘려나가는 등 소멸 추세를 보였다.
금감원은 이들 테마주의 주가가 일반적 수준으로 복귀한다면 현재 시가총액에서 무려 3조원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철수 테마주는 여전히 활보하며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출구없는 테마주 광풍..개미만 죽어나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안철수 테마주로 불렸던 대부분의 종목은 하락세를 기록하며 연일 지속됐던 상승세가 한풀 꺽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종가 4만7500원과 비교하면 10%이상 오른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안철수 테마주의 하락세는 테마주에 대한 열기가 사그러들었다기보단 단순히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이 쏟아진 것이라고 풀이하며 당분간 이들 테마주의 인기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써니전자(004770)는 대선이후 주가의 이상급등에 따라 지난달 27일 투자경고종목 지정과 올해 2월 단기과열완화장치 발동에 따른 매매거래정지와 단일가매매에도 단 두차례 약보합세를 기록했을 뿐 거래정지후 9거래일간 80%이상 급등했다.
안랩 출신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영입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소프트포럼(054920)은 이후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코스닥시장본부는 주가 급등 사유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22일 오후 6시가 답변 시한이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귀국과 함께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설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며 끝나지 않는 '정치'테마주에 대한 쏠림현상 여전하기 때문이다.
◇테마주 열풍에 붓 꺽는 애널 "해도 너무한다"
이상과열 현상 지속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도 고심이다.
실제, 안철수 테마주의 핵심인 안랩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이날까지 증권사 리포트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다.
대부분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안랩의 기업가치가 테마주 열풍에 훼손되고 있어 적절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강록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안철수 테마주의 이상 과열현상의 지속은 비이상적인 모습"이라며 "작년 한 해동안 테마주에 따른 부침으로 겪은 실패 경험에도 투기에 대한 개미투자자의 쏠림이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안랩이 테마주로 묶이기 이전인 지난 2011년 10월까지 꾸준한 회사의 성장성과 기업가치를 주목해왔다.
하지만, 테마주에 따른 주가의 이상과열 현상이후 회사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오랫동안 살펴봤던 안랩은 보안관련 부문에서 선도적이고 사회적인 기업가치를 구현하며 공익실천을 앞장서온 기업"이라며 "바이러스 백신과 하드웨어 분야에서 다양한 시장지배력을 갖추고 있고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 따른 정보보안 컨설팅과 보안관제, 보안 통합시스템구축(SI) 등 부분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춘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안랩의 경우, 기업적 가치와 연평균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감안할때 주가수익률(PER) 23배가 적용된 4만원선이 적정한 주가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강 연구원은 "회사 스스로도 적정한 기업가치가 아닌 시장내 이슈로 인한 주가상승은 이후 주가와 실적 회복에 따른 적정가치를 평가받는 과정에서 신뢰성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분별한 테마주 열풍이 좋은 기업의 순수한 가치마저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중소형 증권사의 스몰캡 담당 연구원도 "박근혜 당선자의 공약과 정책 실현에 대한 명확한 신뢰가 실리지 않는 상황에서 대항마로 여겨지는 안 전 후보의 정치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미 울리는 테마주, 책임은 '누구'
일부에서의 테마주 열풍과 관련해 누구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는 논란도 제기됐지만, 시장 상황에 대한 책임을 한 쪽으로 전가시키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장감시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1년부터 루머단속반과 테마주 정보 생성과 유포 실태를 점검해왔고, 증권회사의 신용거래 모범규준 개정과 시장경보제도 정비를 통한 매매거래정치 1일과 3일간 단일가 매매에 나서도록 한 단기과열 완화장치 등도 도입해 시장관리를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정치적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테마주를 고위험의 투자기회로 오인하는 일부 투심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중소형 증권사의 스몰캡 담당 연구원은 "작년 테마주 열풍에서 손절하지 못한 일부 작전 세력에 의한 차익실현 움직임에 개미투자자들이 놀아나는 모습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테마주는 시장에서 발생한 루머나 테마주 열풍을 보도했던 일부 매체 등의 보도가 이상과열을 부추겼던 측면도 있다"며 "단순히 시장의 수급상황에서 미래가치에 대한 현재가치의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장기적 투자요령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