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잠잠할 것 같았던 정치인 테마주가 새해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투자주의보까지 내보낼 정도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테마주가 기승을 부린 것은 한 두번이 아니라서 그려러니 하지만, 이번에는 그 양상이 과거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보통은 대선을 전후로 테마주가 소멸했다. 2007년에 한창 기승을 부렸던 이명박 테마주의 경우 대선 직후 급격히 소멸했다. 그리고 이명박 테마주의 주가는 일부 정책수혜주를 제외하고는 1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대표적인 이명박 테마주였던
특수건설(026150)의 경우 2007년 봄까지 4000원대였던 주가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해 대선 직전에는 4만6000원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급강하를 시작해 2008년 6월 다시 4000원대로 복귀했다. 21일 현재도 4200원대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화공영(001840)도 마찬가지였다. 봄까지 불과 1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대선 직전에는 무려 3만1000원대까지 급등했다. 이 어처구니 없었던 주가도 역시 제자리로 복귀했다. 그리고 현재 주가는 2000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특수건설과 이화공영의 경우 4대강 사업 테마주로 분류돼 이후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재차 주가가 상승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갔다.
비단 특수건설과 이화공영만 그런게 아니다. 삼호개발, 홈센타; 동신건설 등 수많은 테마주가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 우려가 크다. 특히 안철수 테마주가 그렇다. 이건 거의 대놓고 폭탄을 돌리고 있는 양상이다. 누군가는 패가망신하는 상황이 올텐데 나한테서만 폭탄이 안터지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박근혜 테마주의 경우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에 기대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안철수 테마주는 아무런 이유도 없다.
안씨가 정치에 복귀한다는게 주가 상승의 이유가 될 수 있는가? 아닌 말로 안씨가 재보궐선거에라도 나온다고 치자. 그래서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치자. 그래서 그가 어떤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가? 안씨가 정치에 복귀한다고 해도 그가 정책결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정책은 박근혜 당선자와 정부가 만든다. 그리고 다수 여당인 새누리당이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안씨가 무슨 영향력이 있다고 테마주가 만들어지고 주가가 상승한다는 말인가?
안씨와 친분이 있다고, 예전에 안씨가 설립한 안랩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주가가 상승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프트포럼(054920)(054920)은 회사 스스로가 나서기도 했다. 안랩 출신을 CTO(최고기술경영자)로 영입했다는 보도자료를 뿌리며 적극적으로 주가관리에 나섰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소프트포럼 주가는 지난 15일까지 불과 2700원대에 머물렀지만, 그 다음날인 16일 오전 안랩 출신 CTO를 영입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후 21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단숨에 4800원대까지 치솟았다.
어처구니가 없다. 시장이 타락해도 이렇게까지 타락해도 되는건가? 테마주에 기웃거리는 '선량한 개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탕을 노리는 투기꾼들일 뿐이다.
그래서다. 금융감독당국은 안철수 테마주를 철저히 감시하고, 시세를 조정하는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 발본색원해야 한다. 이것은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주식시장을 투기판쯤으로 치부하고,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고, 납득하기도 힘든 이유를 근거로 소수의 세력들이 돈 장난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숱한 개미들이 그런 타락한 투기판에 '한탕'을 노리고 기웃거리는 것을 그냥 방치해서는 안된다.
금융감독당국이 지난 18일 테마주 열풍에 대해 투자주의보를 내보내기도 했지만, 시장참가자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듯한 태도다.
금융감독당국은 시장의 건전한 거래문화 정착을 위해서, 주식투자를 투기쯤으로 치부하는 불건전한 투자자들을 시장에서 내몰기 위해서라도 정치테마주와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
안철수 테마주를 소탕하라!
권순욱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