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의한 조직개편 발표가 박근혜 스타일?

입력 : 2013-01-23 오후 4:51:5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무성의함과 꼼꼼하지 못한 업무처리가 도마에 올랐다.
 
'수첩공주'라는 별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꼼꼼함과 원칙을 중시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성향을 인수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수위가 지난 15일 새 정부 조직개편안과 22일 후속 부처업무 조정방안을 공개했만, 주요 제목만 '찔끔찔끔' 열거하는 수준의 구두발표에 불과해 나라 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정부조직개편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인수위는 15일 어떤 부처를 신설하고 어떤 부처를 통폐합할지 그야말로 '초안'정도에 불과한 내용만 발표했고, 22일에는 그에 따라 각 부처의 업무가 어떻게 이동할지에 대해서 큰 그림만 언급했다. 모두 서면이 아닌 구두상의 발표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가 조직개편안 발표와 함께 각 직급별 공무원의 정원 변화, 작은 정부에 따른 전체 공무원 감축계획까지 세세하게 숫자를 담아 책자와 함께 발표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15일 조직개편안 발표에서 "추후 상세한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책자도 만들어서 배포하겠다"고 밝혔지만 22일에도 구두상의 간략한 부처업무분장 구분만 내 놨다.
 
윤 대변인은 "조직개편에 대한 더이상의 추가발표는 없다"고 쐐기도 박았다.
 
조직개편의 짐은 오히려 현재 정부에 떠념겨졌다.
 
옥동석 인수위원은 "국정철학을 반영하는 정부개편은 큰 기능을 중심으로 전략적인 미션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이후 행정부에서 그 기능에 맞춰서 개별사업과 개별소관 법률, 예산 들이 전반적으로 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략한 요약본에 불과한 인수위의 조직개편안 발표에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정부 공무원들이다.
 
지식경제부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로 명칭을 바꾸면서 외교부의 통상교섭본부 업무를 이관받는다고 발표됐는데,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 역할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겸임하게 되는 것인지 조직의 성격이 불명확한 상황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장관이 통상교섭본부장 역할까지 하는 거라면 일년 내내 해외에 나가 있으라는 소린데, 어쩌자는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신설될 해양수산부에 어촌 개발부분을 떼어주게 된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어촌이라는 것이 어업만 하는 환경이 아니라 사실상 농어촌으로 묶여 있는데, 농촌개발 따로 어촌개발 따로 떼낸다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수위의 무성의한 조직개편 발표는 21일 청와대 조직개편안 발표 때도 반복됐다.
 
인수위는 "현재 3실·8수석·6기획관 체제의 청와대 조직을 2실 9수석 체제로 축소한다"고 발표했지만 당일 청와대가 현재 조직은 3실이 아닌 2실 체제임을 확인해주면서 빈축을 샀다.
 
유민봉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원회 간사는 청와대 조직개편안을 발표한지 몇분만에 "청와대가 2실체제라고 하면 그것이 맞다"고 말을 바꿨다. 어떤 기준으로 왜 3실체제로 발표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또 현재의 청와대보다 조직을 '슬림화'했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9개 수석실 아래에 몇개의 비서관으로 재편되고, 행정관 규모는 얼마나 줄어드는지에 대해서는 "정원산출이 이뤄지고 분석돼야 한다"며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인수위가 국민혼란을 막기 위해 보안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소통이 안되면서 오히려 혼란이 더 가중되는 모습"이라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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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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