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반덤핑 결정..3사 중 LG전자 '치명타'

美 드럼세탁기 시장 점유율 23%..몇 안 되는 세계 1위 제품 '타격'
LG "내년 초 연례 재심 통해 부당성 적극 개진할 것"

입력 : 2013-01-24 오후 4:17:03
[뉴스토마토 김기성·양지윤기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3일(현지시간) 한국 주요 가전업체들의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관세 및 상계관세 부과 결정을 최종 승인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제조 3사가 대상이다.
 
앞서 미국의 가전회사 월풀은 미 상무부에 우리나라와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행위를 제소했다. 자국 드럼 세탁기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미 상무부 국제무역국(ITA)은 월풀의 제소를 받아들여 지난해 12월20일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한국 가전 3사의 세탁기가 정부 보조금 지원과 덤핑을 통해 미국에서 저가 판매되고 있다고 판정했다. ITC의 승인 여부가 한미 양국의 가전업계 주목을 끈 이유다.
 
ITC는 이날 위원 6명의 전원일치 판정으로 “한국과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의 가정용 세탁기로 인해 월풀 등 미국 기업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결했다. ITC는 "이번 결정으로 상무부가 이들 업체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미 상무부의 결정이 ITC에 의해 최종 승인되면서 대우일렉트로닉스는 82.41%, LG전자는 13.02%, 삼성전자는 9.29%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정부 보조금 지급 판정에 따른 상계관세로 대우일렉트로닉스는 72.30%,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각각 0.01%와 1.85%의 관세를 추가로 물게 됐다. 상계관세의 경우 1% 이하는 부과되지 않는다. 
 
ITC의 반덤핑 관세 부과 승인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3사는 즉각 반발하며 이의 제기 등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했다.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분쟁 조정 또는 미국 관세 관련 전문기관인 CIT에 제소하는 등 각종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예상되는 피해 규모를 산출, 수출 전선에 악영향이 미칠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표면적 반발과 달리 내면의 온도차는 제조사별로 확연히 갈렸다.
 
수치상으로 가장 높은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 받은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미국에서의 점유율이나 판매량이 아주 미미한 편인데다 이번에 제소된 제품은 드럼세탁기, 그 중에서도 아주 일부 품목에 해당되기 때문에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경우 고가인 드럼 세탁기보다는 중저가인 일반 세탁기에 주력하는데다,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의 점유율 또한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반덤핑 관세 부과 수치(82.41%)와 표정이 반비례하는 이유다.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가전회사들의 충격이 커 대응에 동참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005930)도 충분한 대안 마련이 가능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ITC의) 판정 결과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추가 법적 대응을 통해 월풀 측 제소의 부당함을 끝까지 증명해 보이겠다”는 공식입장을 내놨지만, 이는 다른 가전으로 확대될 소지를 사전 차단하는 것이 주목적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특히 애플과의 특허전에 따른 수입금지 조치 등이 ITC 재심의를 기다리고 있어 대응 체계를 증명해 보여야 하는 부담에 따른 것으로도 해석된다. 부당함의 반복을 막기 위한 사전조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반덤핑 부과 관세 규모 또한 제조 3사 중 가장 적은 9.29%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솔직히 치명적인 규모는 아니다”며 “멕시코와 한국산에 대해 덤핑 조치를 받았는데 멕시코 공장은 더 이상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산이 조금 문제인데 중국과 태국 등 전 세계로 생산(기지) 다변화를 하고 있어 물량도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탁기 전체가 아니라 드럼 세탁기에 국한됐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영향이 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LG전자(066570)의 위기감은 달랐다. 세탁기는 에어컨 등과 더불어 LG전자의 몇 안 되는 세계 1위 품목이다. 특히 드럼 세탁기의 경우 원조격으로 시장에선 대명사로 통하기까지 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티븐슨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 드럼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LG전자가 23%로 압도적 1위다. 2위인 삼성전자는 14.5%, 3위 월풀은 13.2%로 집계됐다.
 
특히 고졸 출신으로 현장(창원공장) 외길 35년 노력 끝에 LG전자 세탁기를 세계시장 1위로 끌어올린 성과를 인정 받아 지난해 말 LG전자 생활가전사업부(HE) 사장으로 승진한 조성진 사장에게 있어 이날 미국으로부터 날아든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다. 세탁기 부문의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1등 DNA를 냉장고와 청소기 등 다른 생활가전으로 확산시키겠다고 한 다짐이 출발대부터 흔들리게 된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미 ITC의 결정에 따른 예상 피해액을 묻는 질문에 “파악조차 어렵다”며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내년 초 연례 재심을 통해 (판결의) 부당성을 적극 개진할 것”이라며 “지난해 8월부터 관세는 부과되고 있다. 금액 규모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는 이번 ITC의 최종 판결로 반덤핑 관세 부과액만 수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의 2011년 한국산과 멕시코산 세탁기 수입 규모는 각각 5억6800만달러, 4억3400만달러로, 총액은 10억달러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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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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