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간판 가전업체, 올해가 TV 사업 분수령

엔저 효과, UHD TV 통한 부활 기대

입력 : 2013-01-27 오후 2:14:20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샤프,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간판 가전업체들은 올 한해가 TV 사업 재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 1980년~1990년대 전세계 가전업계를 주름잡으며 승승장구했지만, 불과 20년만에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추월당했다. 일본 기업이 세계 최고라는 자만과 내수시장 집중 등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문 탓이다.
 
기술혁신 부재의 대가는 냉혹했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회계연도(2012년4월~2013년3월)에만 7650억엔(한화 10조1146억원), 샤프는 4500억엔(5조9498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소니 역시 지난해 상반기에만 TV사업에서 401억엔(5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이다.
 
궁지에 몰린 일본 가전기업들은 전략 신제품으로 반전을 도모하고 있다. 풀HD TV보다 각각 4배, 8배의 해상도를 지닌 초선명(UHD) TV인 4K2K 와 8K4K TV 등을 선보인 것.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이 차세대 TV에 대한 투자를 당분간 억제하면서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TV를 고급화하는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LG경제연구원의 '일본 가전업체, 2013년 회생전략에 거는 기대' 보고서에 따르면, 샤프, 소니, 파나소닉 등 가전 3사는 고급화 전략을 통해 올 한해 TV 사업의 재건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OLED와 같은 차세대 TV는 당분간 투자를 억제하면서 LCD TV의 판매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통해 대규모 양산에 나서는 것은 부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OLED TV의 경우 현재 시장의 주류인 LCD TV보다 10배가량 가격이 비싼 데 반해 초기 판매는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규모 양산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이들 제품을 활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쿠타라기 켄 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사장과 아카바야시 히데키 애널리스트 등 일본 전자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가전업체들이 차세대 TV인 OLED 등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한국 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정면 승부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4K2K와 8K4K 등에 투자하거나 스마트 TV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도시바는 이들 3사와 다른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4K TV를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상징적 의미로 남겨두기 보다 LCD TV 라인업 중 최상위 모델로 위치시킨다는 것이다. 올 봄 가격을 대폭 낮춘 기종을 출시하며 실제 판매에 나서는 등 소니 등 다른 경쟁업체와 차별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아베 내각의 정책도 일본 가전업체 회생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엔저 유도와 기업지원 강화라는 정책적 뒷받침 속에서 이들 기업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회생을 모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일본 내 생산시설의 경쟁력 약화는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에 따르면 평판TV의 일본 내 생산액은 올해 788억엔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 2010년의 10분의 1수준으로 일본 기업의 생산기능이 해외거점 중심으로 재편된 데 따른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일본 가전업체들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과 경합하면서 범용 TV 시장에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올해는 TV의 고급화에서 활로를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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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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