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화성사업장 불산 가스 유출사고 사실을 은폐했다는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에 대해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28일 삼성전자는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의 맹독성 물질인 불산 유출에 대한 경위와 시간대 등을 설명했지만 비판의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건발생을 관련 기관에 알리지 않았다는 은폐 의혹을 넘어 내부적인 안전 규정의 적절성, 기업윤리적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해명자료를 통해 불산의 유출 징후를 발견했다고 밝힌 시점은 지난 27일 13시 30분으로 표기돼 있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삼성전자가 맹독성 물질이 유출되기 시작한지 무려 10시간이 지난 23시28분경에 밸브 교체를 결정했다는 얘기다.
또 삼성전자가 경기도청에 사고 사실을 통보한 건 그 다음날인 28일 오후 2시 42분경이다. 인부 박모 씨가 숨진 시각은 그보다 1시간가량 앞선 오후 1시 55분.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삼성전자는 관련 기관에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경찰과 소방당국, 경기도, 한강유역환경청 등은 28일 오후 3시까지 사고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게다가 환경부에 사고접수가 된 시간은 이보다 더 늦은 28일 오후 5시 30분경이었다. 환경부는 삼성의 신고 이전에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먼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으로 출발한 시간은 오후 5시40분으로 확인됐다.
신고 시점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는 "유출을 발견한 직후 관리운영사인 STI서비스에 신고했고, 이 관리 운영사는 '유출이 경미하다'며 밤늦게 수리해도 된다고 말해 신고를 추후에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즉 소규모 산업재해로 판단해 사업장에서 조치하고 신고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적인 안전 매뉴얼에 따른 조치였다"며 "유독성 물질 유출과 관련해 환경부가 지정한 유해 화학물질 관리법에도 크게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행 '유해 화학물질 관리법' 제40조는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로 사람의 건강 또는 환경에 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관할 지방자치단체, 지방환경관서, 국가경찰관서, 소방관서 또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적어도 불산이 2차로 누출된 28일 새벽 3시 45분 무렵에는 관계 당국에 이 같은 사실을 즉시 1차 신고조치는 했어야 했다"며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신고 의무가 발생했다는 해명은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9월 구미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로 세간에 알려진 맹독성 물질 불산에 대해 삼성전자가 대응한 방식에도 논란의 소지가 분분하다. 삼성전자는 "현장에 투입된 전문업체 STI서비스가 직접 문제를 관리했고, 삼성은 이를 일상적인 유지 보수 차원에서 해결 가능한 사안으로 인식했다"고 밝혔다.
반면 복수의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소량이든 대량이든 불산 유출 문제는 단순히 유지·보수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경미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유출 원인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사업장의 안전 매뉴얼이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느냐의 문제도 크다는 얘기다.
삼성이 유출 사고를 고의적으로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은 또 있다. 유출 사고가 발생한 27일부터 28일 사이 11라인(메모리 반도체) 인근에 작업 중인 노동자들은 불산이 유출됐다는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일상적인 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삼성반도체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