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꿈꿨던 김용준, 의혹 쓰나미에 '침몰'

朴깜깜이 인사의 깜짝 스타..본격 검증 견디지 못해

입력 : 2013-01-29 오후 9:24:48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새 정부의 총리를 꿈꿨던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끝내 사퇴했다.
 
지난 24일 박근혜 당선자로부터 총리 후보로 지명된지 불과 엿새만이다..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 증여세 탈루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쏟아지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박근혜 '깜깜이 인사'가 낳은 깜짝 스타
 
김용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대선기간 동안 박근혜 당선자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정치권에 처음 발을 들였다.
 
그러나 선거 기간 동안 김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함께 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성주 MGM회장에 가려 주목 받지 못했다.
 
존재감이 없던 김 위원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언론과 정치권은으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초 김 위원장은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에도 불구하고 검정고시로 서울대에 입학하고 최연소로 사법고시를 통과한 인간 승리자, 박 당선자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반대한 송요찬 전 육군참모총장을 석방한 절개 있는 법조인으로 사회 약자들의 아픔을 보듬어 줄 적임자로 기대를 받았다.
 
김 위원장 역시 인수위원장으로 임명되자 “내가 아는 것은 법 밖에 없다. 박 당선자는 우리 사회에 법치를 다시 세우기 위해 나를 인수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생각한다”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각광받던 인수위원장 임명 초반 분위기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김 위원장은 다시 잊혀져 갔다. 김 위원장이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되며, 인수위가 끝나면 법조계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 것이다.
 
인수위가 지나친 보안을 강조하면서 불만의 목소리는 커졌지만, 대부분 박 당선자의 ‘불통’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거만함’을 비판하는데 집중됐다.
 
이전 대통령 인수위보다 일정이 열흘 정도 늦어지면서 서두른 기색은 다분했지만, 인수위는 정부부처 업무보고, 정부조직개편, 청와대 조직개편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인수위가 조용하게 흘러가던 중 박 당선자는 인수위원장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깜짝인사'를 발표했다. 숱한 하마평을 무색케하며 김 위원장이 총리 후보로 지명된 것이다.
 
박 당선자는 김 위원장을 총리 후보로 지명했을 때 “인수위 각 분과별 위원들과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 하나하나 교감하며 인수위를 합리적으로 이끌어왔다”고 평가했다.
 
◇총리 후보 되며 언론 검증 복격화..의혹 '쓰나미'
 
하지만 김 위원장이 총리 후보로 지명되면서 언론은 본격적으로 검증에 들어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국무총리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먼저 김 위원장이 총리후보로 지명된 당일부터 두 아들의 병역 문제가 불거져나왔다.
 
장남은 170센티미터의 키에 체중 미달로, 차남은 ‘통풍’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자녀 병역 문제는 이회창 새누리당 의원을 대통령 선거에서 두번이나 떨어뜨릴 만큼 국민들에게 민감한 문제다. 특히 김 위원장이 대법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두 아들이 병역에서 면제돼 논란이 커졌다.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 대부분이 겪어야했던 부동산 투기 문제도 바로 터져나왔다.
 
지난 1993년 고위 법조인의 재산이 처음으로 공개됐을 당시 김 위원장과 그의 부인은 서울과 수도권에 수십억원 대의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김 위원장이 법관으로 일하는 동안 전국을 돌며 땅을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부동산으로 큰 이득을 보면서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더해졌다. 두 아들이 보유한 20억원대 서초동 땅이 바로 그것이다. 이 땅은 현재 법조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가 1975년 손주들에게 사 준 땅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땅의 전 주인이 김 위원장과 친분이 있고 1975년 이후에도 전 주인이 재산권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김 위원장이 계약 시기를 조작해 거액의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장남이 해외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로펌에 취직했고, 본인도 법관 퇴직 이후 3일 만에 같은 로펌에 들어가면서 특혜라는 의혹도 커졌다.
 
김 위원장이 부산판 '도가니 사건'이라고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검찰의 15년 구형에도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약자의 편’이라는 이미지도 타격을 입었다.
 
김 위원장이 총리 후보를 사퇴한 배경에는 언론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의혹들이 매일 쏟아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김 위원장은 언론을 향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도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전했다.
 
의혹이 사실인지는 밝히지지 않았지만 김용준 위원장의 '장애를 극복한 영웅', '절개 있는 재판관' 이미지는 총리 검증 과정에서 모두 신기루처럼 흩어져버렸다.
 
지난 24일 박근혜 당선자(우)가 자신을 총리 후보로 지명하는 것을 듣고 있는 김용준 위원장(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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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