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반도체가 지난 28일 발생한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와 관련해 회사측 대응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시인했다.
삼성반도체는 30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1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주민 설명회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경위를 설명하며 “인명사고가 난 이후에야 사건을 크게 생각해 뒤늦게 대처에 나선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또 불산이 최초로 누출되기 시작한 27일 13시30분부터 이후 약 10시간동안 누출 부위가 흘러 넘치도록 방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밸브를) 완전 교체해야겠다고 판단하기까지 오래 걸렸다”며 문제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누출된 불산의 총량, 사망한 박 모씨의 구체적인 사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한 입장을 나타내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정확한 불산의 누출량을 묻는 주민들의 질문에 대해 삼성은 “현장 직원을 통해 파악한 추정치로는 2리터 수준”이라며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특히 사망한 박 모씨(34세)가 보수작업 당시 방제복을 착용하고 있었다는 유가족들의 주장과 상반된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김태성 삼성반도체 환경안전팀장(전무)은 "사망한 박 씨는 28일 오전 4시 이후 많은 불산 누출이 발생했을 때 다른 STI서비스 직원 4명과 달리 7~8분간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한 것으로 CCTV를 통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태성 삼성반도체 환경안전팀장(전무)이 30일 화성사업장 불산 유출 사고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 사건 경위를 브리핑하고 있다.
한편 이날 설명회 현장에 모인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안전’ 문제였다. 상당수 주민들은 이 자리에서 삼성반도체 임원들에게 화성사업장에서 사용 중인 유독 화학물질의 유통량, 종류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삼성반도체는 화성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불산의 양이 연간 12만톤, 기흥사업장은 10만톤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불산을 포함해 총 13종의 유독 물질을 모두 합할 경우 총 40만톤(유통량 기준)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한 주민은 "공장에서 수증기, 가스 등의 형태로 나오는 기체 물질에도 최대 5%의 유독물질이 섞일 수 있다"며 "사업장 근처에 대기오염도 측정기 등을 설치해 오염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태성 전무는 “화성사업장에서 대기로 배출되는 기체의 양은 국가에서 정하는 허용량보다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여러분 눈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엄정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를 포함해서 주민이 원하는 장소에서 불산 농도를 측정해 공개하겠다"며 "주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과 같은 것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오염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는 채인석 화성시장, 이원옥 국회의원 등을 포함해 화성사업장 인근 아파트 단지 거주민 등 총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삼성반도체 측에서는 김태성 환경안전팀장, 서우동 부장, 이승백 커뮤니케이션팀 상무, 홍기훈 사내부속의원 이사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