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미국의 지난 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뒤엎고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무려 3년 6개월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0.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전망치인 1.1%와 지난해 3분기의 3.1% 모두에 크게 하회하는 수치로 미국 경기침체기였던 2009년 2분기이래 최저수준이다.
지난해 말 재정절벽 불확실성으로 기업의 재고가 줄어들고 국방예산을 비롯한 정부지출이 대폭 삭감되면서 GDP 성장률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 상무부는 지난 4분기동안 정부지출과 기업재고가 줄어들면서 각각 1.3% 포인트씩 전체 성장률의 2.6% 포인트를 낮췄다고 분석했다.
또 외신에 따르면 지난 4분기 국방지출 규모는 지난해 연평균 대비 22% 축소돼 4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앨런 크루거 오바마 대통령 경제 자문 위원회 대표는 "지난 1월 연방예산이 자동으로 삭감되는 재정절벽 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국방비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2009-2012년 경제성장률(GDP) 증감표 <출처 : CNN MONEY>
◇무늬만 '마이너스'..소비 · 주택건설 호조
월가 전문가들은 4분기 성장률이 뒷걸음질한 것은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 미국경제는 회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와 주택건설, 설비투자 등 민간 부문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는 것.
폴 애시워스 캐피탈 이코노믹스 전문가는 "올 1분기부터 소득세 혜택이 만료돼 성장률이 약세를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4분기 소비지출은 내구재 수요에 힘입어 연평균 2.2% 늘어나 전 분기의 1.6%를 크게 웃돌았다.
자동차를 포함한 내구재 소비는 지난 4분기 동안 무려 13.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일 발표된 11월 미국의 20개 도시 주택가격이 전년동기보다 5.5% 상승하며 6년래 최고치를 기록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11월 신규주택판매가 작년동년대비 15.3%나 증가한 점도 미국 경제를 낙관할 수 있는 이유로 꼽혔다.
닐 듀타 마르코 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 성장률을 제외한 다른 지표들을 보면 향후 미국 경재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美 경제, 1분기·연간 전망 '장밋빛'
전문가들은 호전된 경제지표에 기초해 올 1분기 미국 GDP 성장률이 2.0%~2.5%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GDP 결과를 포함한 지난해 미국의 연간 성장률 추산치인 2.2%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애기다.
빌 함펠 크레디트 유니온 네이셔널 어소시에이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기본동력은 이미 준비가 돼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2.0%로 발표했다.
그러면서 IMF는 "(미국경제가) 연말로 갈수록 민간 부문의 회복효과가 두드러지면서 하반기 성장률은 2%중반으로, 내년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올 1분기에 의회가 예산안을 내놓지 못하면 연방예산이 자동 삭감되는 '시퀘스터'가 발동할 수 있어 여전히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는 상태다.
앨런 크루거는 "오늘 나온 성장률은 미 의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해줬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고용시장이 활기를 얻을 때까지 양적완화조치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