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박승원기자] 증권업계의 M&A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최근 금융위원회는 증권사 스핀오프(분사·Spin-off)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증권사 M&A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증권사 스핀오프와 M&A 관계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11일 한국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열린 '중소형 증권사 성장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중소형 증권사의 생존 전략으로 스핀오프를 통한 차별화 전략을 제시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위탁매매 중심의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증권사간 차별성이 없는 현 구조를 스핀오프를 통해 시장별, 부문별로 특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스핀오프가 도입되면 A증권사는 핵심업무에 따라 기존 자산관리와 소매 중심의 A1증권사와 IB와 법인 중심의 A2증권사를 신설할 수 있다. 분리된 증권사는 특화된 업무에서 독립적으로 핵심업무집중과 차별화된 전략 수행이 가능해 져 온라인 전문 증권사, 자산관리 중심 소매 증권사, 투자은행(IB) 전문 증권사 등으로 특화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증권업계의 M&A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매도자는 핵심 비즈니스를 제외하고 서브 비즈니스를 팔 수 있고, 매수자는 필요한 비즈니스만 골라 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석훈 연구위원은 “이번 증권사 스핀오프 도입을 제안한 것은 증권사 특화를 위한 것이지 M&A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지만, 증권사가 스핀오프를 통해 각 사업부를 쪼개 판다면 증권사 M&A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IB나 리테일 등 어느 부분을 차별화시킬 것인지 구상이 된다면, 그래서 한쪽으로 비즈니스를 확장시킬 수 있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면 충분히 M&A를 고려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국장도 “스핀오프는 증권사 M&A를 위해 도입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는 증권사 M&A를 유도할 수 있다”며 “다만 회사별로 주주가 다르고 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M&A 유도할 것 VS. 탁상공론에 불과해
금융당국의 스핀오프 도입으로 국내 증권사간 M&A가 활성화될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증권사의 특화·전문화를 유도하기 위한 스핀오프가 도입되면 증권사간 M&A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유관기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위원회에서 금융투자업계에 인·허가를 내줄 때 빡빡한 감이 없지 않았다”며 “이번에 금융위가 스핀오프를 허용한다면 증권사간 M&A가 한층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스핀오프가 도입된다면 한 사업부문을 떼서 자회사로 뒀다가 쉽게 팔 수 있고 또 다른 사업부문을 사올 수도 있기 때문에 증권사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스핀오프는 증권사간 M&A 방법의 하나의 옵션일 뿐 M&A 활성화 유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IB나 리테일 등 어느 부분을 차별화시킬지 구상한 뒤, 비즈니스를 확장시킬 수 있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면 M&A에 나선다”며 “이런 측면에서 스핀오프를 활용한 분사의 인허가 문제는 증권사들의 선택에 있어 하나의 옵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소형 증권사 대표는 “이번 금융당국의 스핀오프 도입은 청와대의 중소형 증권사 살리기 방안으로 내놓을 것이 없어서 급하게 졸속으로 내놓은 방안”이라며 “현재 금융당국이나 대형 증권사의 기획력이 떨어져 탁상공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금융감독당국과 증권업계의 말을 종합해보면 올해 증권업계 M&A는 성사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상태이다.
몇 년째 표류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있어서도 증권사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데다가, 증권사 대형화는 이미 상위 대형사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규로 증권업에 진출하려는 대기업도 아직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리없이 금융업을 확장하고 있는 롯데그룹을 주목하는 시선도 존재하지만 아직 가상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일부 5000억원 이상의 거액 자산가가 중소형 증권사 매입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역시 가격 문제로 포기한 상태다.
또 일각에서는 새마을금고를 주목하라고 전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앞서 지주사로 전환한 농협금융지주처럼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농협지주가 세종증권을 인수해 NH농협증권을 가진 것처럼, 새마을금고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서 금융지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대표는 "스핀오프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 실현되기 힘들 것이고, 원래 M&A를 위한 제도도 아니"라며 "새마을금고가 증권사 M&A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있다"고 귀뜸했다.
그는 "어차피 인위적으로 증권사 M&A를 유도하기는 힘들고,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 하는 시장논리에 따라 갈 수밖에 없다"며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가격차이가 좁혀지는 상황이 오지 않는 한 M&A가 성사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