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시즌, 작년 4분기 ‘쇼크’..건설·조선만 ‘서프라이즈’

실적발표 1라운드..줄줄이 ’어닝 쇼크’ 수준
건설·조선 '웃고' 전차·철강 '울고'

입력 : 2013-02-03 오후 6:07:14
 
 
[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어닝시즌이 정점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상장사 절반 이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성적을 내놨다. 조선과 건설 등 몇몇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이 ‘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올 1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남아있는 종목들의 4분기 실적 예상치도 높지 않기 때문에 어닝쇼크는 실적시즌 내내 주가에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 건설·조선 견조한 성장세 이어가
 
어닝시즌 1라운드에서는 건설업종의 실적호전이 눈에 띄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000210)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27.6% 증가한 3조6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49.6% 증가한 1328억원을 달성했다.
 
송흑익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에 대해 “올해 대형 건설사 중 최고의 주가 상승률을 기대한다”며 “올해 재무구조가 안정화되면서 성장성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여력이 생겼고, 역량을 집중해온 동남아시아 발전시장이 커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수주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건설(000720)도 4분기 매출액이 8.3% 증가한 4조1186억원, 영업이익은 69.8% 늘어난 236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건설업계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부동산 시장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송 연구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DTI/LTV규제 추가 완화 등 다양한 부동산 부양정책이 거론되면서 건설 자회사들인 고려개발, 삼호 등의 리스크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광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중동 플랜트시장에서 유럽의 글로벌 건설(엔지니어링) 회사들이 극심한 출혈경쟁을 벌인 결과 현재 실적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들 경쟁사들이 극심한 경쟁을 자제하고 소극적인 수주전략을 구사하게 되면 이미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업종의 향후 전망도 지켜볼 만하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지난달 30일 4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7.1% 늘어난 3조5395억원, 영업이익은 28.4% 증가한 263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특히 7.5%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3분기(8.0%)에 이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드릴십·LNG선·해상생산설비에 집중된 상품믹스가 빛을 발한 것”이라며 “2013년도 이런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은 조선업 내 최고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지난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5.3% 증가한 3조3817억원, 영업이익은 43.6% 늘어난 1084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률은 3.2%를 기록했다.
 
이상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들에 대한 충당금 가능성 등으로 2013년 수익성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실적보다는 2013년 신규수주 목표 130억달러 등 수주모멘텀에 주목해 삼성중공업과 함께 조선업 탑픽스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 자동차·전기전자· 철강, 1분기 실적 안갯속
 
반면 엔화약세와 원화강세 등 환율문제가 지속되면서 자동차업계와 전기전자, 철강업 등은 앞으로 1분기 실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차(005380)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10.7% 증가한 22조7190원을 기록하면서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했지만 영업이익은 11.7% 감소하면서 1조8319억원에 그쳤다. 김윤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제품믹스 악화로 인한 매출원가율 상승을 꼽았다.
 
기아차(000270) 역시 4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9% 오른 11조277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4042억원으로 51.1%나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연비관련 충당금, 환율하락, 국내공장 증설공사로 인한 생산감소, 판매믹스 악화 등 여러가지 악재가 집중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현대모비스(012330)는 실적 호조를 기록했다. 지난 4분기 매출액이 8조283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9%가 늘었고 영업이익은 8277억원으로 28.6% 상승했다. 또 지난해 연간 매출은 30조789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처음으로 매출 30조원을 돌파했다. 영업레버리지 확대와 중국사업 호조세가 실적개선의 주된 요인인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의 올해 1분기 실적호전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원화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일본 경쟁업체들은 엔화약세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전자업종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하고는 부진한 성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원화강세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애플의 주가도 하락하면서 IT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LG전자(066570)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13조4973억원, 영업이익은 1072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고, 삼성SDI(006400)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LG이노텍(011070)SK하이닉스(000660)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21.5%, 12.7%씩 하향조정됐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IT업계가 상당기간 호황을 누려왔지만 최근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탄탄한 수요 덕분에 제품 가격을 올려도 물건이 잘 팔렸지만 환율 악재 등이 낀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포스코(005490)는 지난달 4분기 영업이익이 379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4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대제철(004020)도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4.75% 감소한 3조3162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642억원으로 44.54% 줄었다.
 
대부분의 시장 전망이 올해도 불투명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희망적인 분석도 있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유통가격 상승과 함께 일본, 대만 등 아시아지역의 철강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1월 들어 국내 열연유통가격도 2만원 인상되면 상대적인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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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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