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브리핑 할 게 없다."
초유의 국무총리 지명자 낙마의 여파가 너무 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5일로 출범 한달째를 맞았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인수위는 김용준 전 총리지명자가 각종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지난 1주일간 인수위 활동에 대한 공식 언론브리핑을 거의 하지 않았다.
분과위원회별 토론회는 모두발언만 언론에 공개됐고, 일부 회의내용은 당선자 발언 중심으로 서면으로만 발표됐다. 일부 간사단 회의나 토론회 일정은 취소되기도 했다.
지난 주말인 1일과 2일, 3일 3일간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나 박선규 당선자 대변인의 공식브리핑은 각각 한차례에 불과했다.
1일에는 박 당선자가 방한 중인 미 하원의원단을 접견했다는 일정을 소개하는 브리핑 뿐이었고, 3일에는 윤 대변인이 인수위 국민행복제안센터에 접수된 의견을 소개하는 수준의 브리핑이 한차례 있었을 뿐이다.
그나마도 2일에는 브리핑이 한 건도 없어 인수위 브리핑룸 방송사 카메라도 개점휴업이었다.
보여지는 브리핑 외에 내용면에서도 지난 한달간의 시간에 비해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인수위는 부처별로 업무보고를 받았을 뿐 새로운 정책적인 방향설정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장방문과 토론회 일정만 계속되면서 일각에서는 직전 인수위에 비해 "한가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5년전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는 이른바 '월화수목금금금'의 일정을 소화하며 인수위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인수위는 주말에는 사실상 휴업상태다.
그나마도 국민혼란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회의내용이나 토론내용의 공개 자체를 기피하는 이른바 '철통보안'을 유지하면서 인수위는 대외적으로 더욱 한가한 모습이다.
새 정부 출범의 중요요소 중 하나인 조각(組閣)작업도 아직 첫단추 조차 꿰지 못한 상황이다.
사상 처음으로 인수위원장을 총리후보자로 지명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지만, 각종 의혹으로 후보자가 지명 1주일여만에 낙마하면서 총리서리 딱지도 붙이지 못하고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
인사청문회 법에 따라 국무총리 후보자와 내각을 구성하는 장관들이 새정부 출범과 함께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지난 4일까지는 총리인선이 마무리 돼야했다.
이에 따라 시간이 부족해 총리와 장관들의 '무더기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결국 부실청문회가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역대 정부는 헌법이 보장한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보장을 위해 '선 총리, 후 장관'의 인사청문 관례를 지켜왔는데, 박근혜 정부는 물리적으로 이를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고 있다. 지금껏 단 1명의 국무위원도 인선하지 못하는 가히 역대 최악의 인수위"라고 비판했다.
내각 구성의 바탕이 되는 정부조직개편안도 관련법안에 대해 정치사회적인 찬반이 엇갈리면서 원안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교통상부에서 통상부분을 떼어 산업통상자원부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외교부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반대 목소리를 낼 정도로 갈등이 확대되고 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등 신설부처에 대해서도 부처의 성격이나 신설 위치 등을 둘러싸고 업계와 지역간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아직 장관이 누가될지조차 감을 못잡고 있다. 인수위에서 결정되는게 없다보니 공직사회의 불안감도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