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진정한 프로는 뺄셈을 우선으로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덧셈을 우선으로 한다"
박 사장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원과 시간이 한정 돼 모든 일에 노력을 집중할 수 없는 만큼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버리고 꼭 해야 할 일, 본질적인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릴 수 있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그 시간을 남다른 고객가치 실현에 사용하자는 얘기다.
박 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김반석 부회장(이사회 의장)의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올해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
우선 LG화학의 주된 먹거리인 석유화학 분야가 중국 업체들의 성장으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박 사장의 대응전략은 바로 '뺄셈'이다. 범용제품을 줄이고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는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성을 제고하는 게 그가 말하는 뺄셈론인 셈이다.
박 사장은 "중국의 석유화학 분야 자급률이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전체 수입량은 앞으로도 여러 해 동안 줄지 않을 것"이면서 "기술에 기반한 제품,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성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는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자동차용 2차전지다. LG화학은 현재 자용차용 전지 생산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10개사의 고객사를 확보하며 한발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명성에 비해 실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전지사업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신설 뒤 처음으로 148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며 고개를 숙여야했다. 특히 미국 홀랜드 전기차 전지 공장은 미국 내 대선 쟁점으로 떠오르는 등 잘나가던 LG화학의 복병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박 사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수요(속도)가 더디다. 그러나 현 상황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현재 직원교육을 통해 수요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차는 예상보다 더디긴 하지만 하이브리드차(H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V)는 빠른 성장을 예상한다"면서 "곧 공장이 정상화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내외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계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전망도 있지만 올해도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중국이 올해 바닥을 치겠지만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면서 "기술 기반사업,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해 작년보다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보전자 부문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편광필름패턴(FPR), 인듐산화전극(ITO) 등 프리미엄 제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사업 투자에도 적극 나선다. 박 사장은 "올해 정보전자소재 부문의 투자에선 글래스쪽이 가장 클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규모가 되기 위해서는 내년까지 1~2라인을 더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부문에서는 중대형 부문에선 탄탄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소형 전지에선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
박 사장은 "자동차전지 부문은 HV, PHV 쪽에서 성장이 있을 것이다. 시장 선도기업으로 10개 이상의 고객들이 개척돼 있다"면서 "소형전지에 있어서도 폴리머 전지는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원통형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경제도 어렵고, 경제전망도 불투명한 가운데 대표이사가 돼 어깨가 무겁다"면서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ㆍ백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다달아 또 한걸음 더 나아간다)의 각오로 고객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LG화학은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6.9% 증가한 24조8600억원으로 설정하고, 시설투자에는 2조1200억원을 집행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