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배당금을 크게 부풀려 놓고 금융감독원이 제재에 나서려면 배당규모를 소폭 줄이는 꼼수가 올해도 여전히 이어질 전망이다.
SC은행이 당초 계획한 배당금액보다 배당 규모를 낮추더라도 총금액은 전년보다 높아질 전망이고, 금융당국의 고배당 자제하라는 권고를 따랐다는 명분까지 얻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셈이어서 SC은행의 꼼수에 금융당국이 농락당하는 형국이다.
5일 금감원과 업계에 따르면 SC은행은 오는 14일 개최할 이사회에서 2000억원의 결산 고배당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해 9월 중간배당 1000억원을 포함하면 총 3000억원 규모의 고배당이다.
금감원은 고강도 검사 방안을 내세우는 등 강력하게 고배당 저지의사를 밝혔다.
금감원은 4일 SC은행 담당자를 불러 이사회가 열리는 14일 전까지 당초 계획했던 2000억원의 배당금 축소를 권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SC은행이 고배당은 기존 계획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어서 그대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권고에 SC은행은 결산 배당금을 1000억원 초중반대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중간배당을 포함할 경우 2012년 결산 총 배당금은 2000억원 초중반대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총 배당금인 2000억원을 웃도는 액수다.
SC은행은 지난 2009년 2500억원의 고배당을 했으며 2010년과 2011년에도 2000억원씩의 고배당을 지속해오고 있다.
SC은행의 금융당국 간보기는 지난해 중간배당 과정에서도 여실히 들어난다.
지난해 9월 2000억원의 중간배당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금감원은 지금과 똑같이 제동을 걸었다. 그 결과 지난해 중간배당은 1000억원으로 축소했다. 그러면서도 2012년 결산에서 당초 계획대로 총 3000억원의 배당금액을 채우기 위해 연말 결산에서 2000억원의 배당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1년에도 계획을 높게 잡았지만 결국 수정하는 절차를 밟는 등 매년 관례적으로 계획대로 가지는 못했다"고 해명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은행 건전성 차원에서 고배당 자제를 촉구한 상황이지만 외국계 은행의 이같은 행보에 마땅히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은 주주가 외국계 금융기관이어서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쉽지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 정서와 다르게 수익을 내면 고배당을 해가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내은행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일정부문 외국계 은행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