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盧차명계좌' 대검 중수부 검사가 말했다"

"누군지 말 못해..입 열면 소속기관 힘들어질 것"
"고소 취하해야..노 전 대통령도 원치 않을 것"

입력 : 2013-02-07 오전 10:06:14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故 노무현 前대통령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2009년 당시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의 핵심 라인에 있던 검사와 수사관으로부터 차명계좌 내용에 대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 전 청장은 피고인 신문에서 "사실 검찰 조사때는 차명계좌나 여행정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강연 전에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여행정관'·'10만원권 수표'·'제2부속실'·'거의 밝혔다', '연결계좌까지 합하면 거액일 듯'이라고 했던 말은 강연 이후에 들은 이야기"라고 밝혔다.
 
또 "이 분들로부터 '이상한 돈의 흐름을 추적해 영장을 청구했다면 차명계좌가 아니겠는가. 다만 (노 전 대통령이)자살하신 이유는 본인만 아실테니 조 전 청장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차명계좌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니 기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직·간접적으로 듣고 나서, 모두 강연 전에 들은 것으로 검찰에서 진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명은 검사, 한 명은 수사관"
 
이어 그는 '누구로부터 들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한 명은 검사고, 다른 한 명은 수사관"이라고 답변했다. 검찰이 "2009년 당시 대검 중수부에 있던 검사라는 거냐"고 묻자 "당연하다. 아마 검사님도 알거다. 재판이 끝나면 개인적으로 말해주겠다"고 말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지난해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이 "당시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는 이인규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 우병우 중수1과장이 근무했는데, 이 분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차명계좌 존재를 부인했었다. 핵심 수사라인에 있던 이 분들이 아니면 누구라는 거냐. 이 분들로부터 차명계좌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조 전 청장은 "말할 수 없다"면서도 "그 분들이 하신 다른 언론 인터뷰를 보면 제 말이 틀린 것 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조 전 청장은 검찰이 '그럼 강연 전에 대검 중수부의 수사상황을 알만한 유력 인사로부터 노 전 대통령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를 확인해보려는 절차를 거쳤느냐'는 질문에 "저 보다는 훨씬 정보력이 많은 분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라 진실이라 확신했다. (문제가 된 강연은)법질서 파괴 세력에 대해 설명하려던 것일 뿐,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려던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가 저에게 노 전 대통령의 수사 관련 상황을 말해준 분의 실명을 이 자리에서 언급한다면 그 분 역시 이 일에 말려들게 하는 것이고, 그 분의 소속 기관과 단체를 힘들게 하는 것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 있어..자살 동기는 공적 관심사"
 
한편, 이날 조 전 청장의 변호인은 "역사적인 인물의 자살 동기는 폭넓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셨고 우리나라에 한 획을 그으신 분이다. 도덕성 등 캐릭터도 강한 분이셨다"며 "국민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 동기는 개인적인 관심사가 아니라 공적인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자유는 있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기까지 한 일이다.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을 갖춘 사안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록은 대검 중수부에 보관되어 있다. 언젠가 역사 앞에 낱낱이 드러날 사안"이라며 "모든 국민에게 말하지 말라며 입을 굳게 닫으라고 할 수는 없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동기를 언급했다고 해서 형사적인 조치가 취해진다면 불합리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고소인의 고소취하로 선고 전에 정리가 되어야 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는가 생각한다"며 "노 전 대통령이 이 법정의 방청석에 계시다면 노 전 대통령 스스로도 이런 일로 법정까지 가는 재판을 하길 원하지 않으실 것이다. 노 전 대통령께서 자살을 택하신 이유가 뭐겠는가.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았던 듯 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전 청장은 명예훼손의 고의가 전혀 없었고, 만약 허위라고 하더라도 허위라고 인식하지도 않았다. 누구로부터 들었는지는 밝히지 못하지만, 조 전 청장 보다 더 정보가 많은 분에게 이야기를 들은 내용이라는 점,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도 아니고 오직 기동대 강연에서 발언을 한 점을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강연 내용 문제 삼으면 경찰 운영 어떻게 하나"
 
한편, 조 전 청장은 최후진술에서 "시위 폭력성에 대해 언급해 대원들의 사명감을 고취시키려 했던 강연내용 중 어느 한 부분만 문제 삼는다면, 어떻게 방대한 경찰조직을 운영할 수 있겠느나"며 "기동대 대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의 전체적인 맥락이 아닌 일부만 문제삼아 유출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시위의 폭력성을 언급할 것일 뿐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없었다. 이번 일로 물의를 일으키고 유가족들의 가슴을 멍들게 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해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노 전 대통령 유족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일반 상식으로도 중대하고 악의적인 발언을 하고도 그 근거를 이 법정에서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이같은 행위를 한 피고인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면 누가 처벌을 받겠는가. 엄한 잣대가 필요하다"며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중이던 2010년 3월 경찰관을 상대로 한 내부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사망했나. 뛰어내리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느냐"고 발언해 같은해 8월 노 전 대통령 유족들로부터 고소·고발당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조 전 청장을 고인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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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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