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취업자 43만7000명 증가·고용률 0.4%포인트 상승·실업률 0.2%포인트 하락..'
지난해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성적표다. 경기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에 그치며 3년 만에 가장 낮았지만 고용시장은 예상 밖의 '호조세'를 보였다. 한때는 신규 취업자 수가 50만명을 넘어서면서 '고용대박' 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표상으로 고용대박을 보인 통계와는 달리 현실은 그야말로 '고용대란'이었다. 나홀로 승승장구한 고용통계는 불완전 고용, 단시간 임시노동, 자영업 급증 등이 견인한 화려한 수치였으며 핵심 알맹이인 '고용의 질'은 갈수록 악화돼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 고용시장의 '자화상(自畵像)'이다.
◇올해, '고용빙하기' 닥치나
12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고용은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의 취업자 증가에 힘입어 주요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수는 2468만1000명으로 전년대비 43만7000명이 증가해 지난 2002년(59만7000명)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고용률은 59.4%로 전년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실업자도 줄었다. 지난해 실업자는 큰 폭의 취업자 수 증가에 힘입어 82만명으로 집계, 전녀대비 3만5000명 감소했다. 실업률은 3.2%로 전년대비 0.2%포인트 하락해 지난 2008년(3.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나라는 글로벌 위기 이후 고용 회복이 부진한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고용사정이 크게 개선됐다"며 "우리경제의 고용창출력을 보여주는 고용탄력성이 2011년 0.46%에서 지난해 0.86%로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다. 올해 고용시장은 호조세를 보이던 작년과는 달리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경기회복의 지연과 기저효과로 일자리 증가 규모가 축소되는 등 작년보다 고용 회복이 더딜 가능성이 크고, 기업들의 신규 채용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작년에는 2% 성장에 신규 취업자가 40만명 이상 증가한 것이 이례적이었지만 올해는 이에 못 미칠 것"이라며 "고용지표와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현실에 괴리가 있었는데 단기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 근로자의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의 질 '악화'..질 낮은 '영세 자영업' 등이 수치 끌어올려
지난해 고용시장은 지표상으로 화려한 수치를 보인 통계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괴리감이 컸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고용 현실은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갈수록 악화돼 가고 있고, 불완전 고용·자영업 창업 급증 등 질 낮은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40만명 증가는 고용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영세 자영업이 견인한 영향이 크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은퇴와 맞물리면서 자영업 진출은 급증했고, 자영업 증가세는 고용지표를 끌어올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전년대비 월평균 12만4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07년 -8만5000명 ▲2008년 -7만9000명 ▲2009년 -25만9000명 ▲2010년 -11만8000명으로 2006년 이후 지소적으로 감소했다. 그러다가 2011년 +1000명 증가세로 돌아선 뒤 지난해에는 12만4000명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베이비부머 세대 등 고령층 은퇴 후 자영업 진출과 기존 자영업자의 폐업 둔화 등이 증가폭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용 근로자는 지난해 월평균 43만6000명 늘어났지만 지난해 증가폭인 57만5000명보다는 규모가 적다. 이는 지난해 고용통계가 고용 안정성이 큰 제조업 등상용 근로자 증가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고용의 질이 낮은 영세 서비스업 증가 등이 이끌었다는 얘기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불완전 고용, 단시간 임시노동, 자영업 창업 급증 등이 고용 통계의 수치를 끌어올렸다"며 "이는 수치상 일자리만 늘리는 것이지 고용의 질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이 주로 고용의 안정성이 낮은 도소매업, 숙박 등 영세서비스업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는 고용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미래 일자리의 대안이 되려면 복지, 행정, 교육 등 '사회 서비스업'을 발전시켜 일자리 해법을 얻는 동시에 미래 유망 직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산층 자영업자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시급하다"며 "자영업 고용보험을 확대하고 창업 관련 컨설팅을 정부에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충분한 준비 없이 함부로 창업하지 않도록 유예기간을 두는 창업 숙려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