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융감독원이 내달부터 은행별 중소기업 대출 가산금리를 비교할 수 있도록 비교공시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서비스에서 고객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고 과거 데이터는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달 20일부터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은행별 대출 가산금리를 비교 공시할 예정이다.
가산금리 비교공시 대상은 중소기업 운전자금을 위한 물적담보대출, 보증서 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3가지와 주택담보대출, 개인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3가지다.
현재 중소기업 대출 비교공시의 경우 3개월간 취급실적을 바탕으로 신용등급별 평균금리만 확인할 수 있지만 3월20일부터는 평균 대출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각각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은행별로 그간의 대출금리 현황을 살펴보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매달 직전 3개월 평균금리만 공개될 뿐 그 이전 자료는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별 대출금리는 각 은행 직원들이 매달 20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공시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연합회나 금감원 모두 과거 데이터를 보존하지 않아 은행에 개별적으로 문의하지 않는 이상 이전 금리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이 거래은행의 금리가 낮은 것인지 높은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주거래은행과 오래 거래할수록 기업 위기 시 은행에 만기연장이나 금리인하 등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비교공시 결과 특정 은행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최근 3개월 자료만으로는 섣불리 다른 은행에서 신규대출을 받기 어려운 것이다.
이 경우 최소 1년간 은행들의 과거 금리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면 기업의 은행 선택이 한결 수월해 질 수 있지만 과거 공시자료는 단 한 건도 남아있지 않다.
해당 자료를 관리해야 할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책임을 떠넘기거나 나 몰라라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금리 공시자료는 은행연합회가 관리하도록 연합회에 위임했기 때문에 이전 자료를 금감원이 따로 보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은행들이 매달 자율적으로 직접 입력하는 것으로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정보가 너무 많으면 혼란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은행의 금리지원을 가늠할 수 있는 7~10등급 기업의 평균금리 역시 이전 금리가 공시되지 않아 변동 추이를 확인할 수 없다.
은행연합회의 중소기업 대출 비교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까지 3개월간 17개 국내은행 중 8곳이 7~10등급 중소기업에게 5~6등급보다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실시했다.
7~10등급 기업 중 워크아웃을 시작하거나 패스트트랙 협약을 맺은 기업들이 다수 존재해 이들에게 금리를 낮춰 신규대출을 지원한 것이다.
신용등급 7~10등급 기업의 대출금리는 워크아웃에 돌입하거나 일시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은행이 어느 수준으로 금리를 지원해주는지 짐작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하지만 이전 데이터가 없어 7~10등급 기업의 평균금리가 낮아진 것인지 높아진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워크아웃 대상이 된 기업들의 대출금리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대출금리 비교공시는 신용도가 좋은 기업들이 금리를 비교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가산금리 비교공시를 위해 시스템이 개편되더라도 과거 데이터까지 공개되는 방식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