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지나치게 아내를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남편의 행동이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으로 인정돼 '이혼사유'가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제3부(재판장 김귀옥)는 11일 A씨(61·여)가 남편 B씨(65)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등 청구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과 재산분할 1억5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외삼촌의 소개로 B씨를 만나 지난 1972년 결혼했다. B씨는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병명 불상의 질환으로 퇴직한 이래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자 A씨가 식당일과 야채장사 등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다.
이후 지하철공사에서 근무하게 된 B씨는 'A씨랑 같이 자면 기를 빼앗겨 직장생활을 할 수 없다'면서 각방을 썼으며 자신이 원할 때에는 일방적으로 성관계를 강요했다. 또 B씨는 자신만의 일방적인 기준을 A씨에게 강요했으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가재도구를 부수거나 폭행했다.
B씨는 또 모든 경제권을 장악하면서 A씨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았으며, A씨의 귀가시간을 정한 후 이를 어기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등 A씨의 생활을 일일이 감시하고 통제했다.
결국 참다못해 이혼을 결심한 A씨는 2011년 4월 집을 나와 현재까지 혼자 생활하고 있으며, 1년6개월간 별거생활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가 별거 이후에도 관계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점, 이 사건에 대한 조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이혼의사를 확고히 굳히고 부부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는 파탄났다"면서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은 피고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가 원고에게 카드 빚이 있다는 것을 빌미로 경제적 압박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려 한 점, 피고가 원고를 배우자로 인격적으로 배려하고 대우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통제하고 감시하며 원고를 무시한 점, 별다른 증거도 없이 원고의 부정행위를 의심한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