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금융시장이 북한의 제3차 핵(核) 실험에도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이상 시장을 뒤흔들만한 이슈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전에 진행됐던 3차례의 양적완화(QE)가 핵 실험 우려를 뛰어넘어 증시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게에 따르면 13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56% 오른1976.07로 마감했다.
전날 핵 실험 소식이 전해지며 1945.79로 소폭 하락했지만, 북한발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하루만에 곧바로 상승세를 회복했다.
사흘 연속 우위를 보인 외인매수세도 북한의 위협을 더 이상 악재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北核 리스크에도 내성 커진 증시
제3차 핵실험을 둘러싸고 시장은 또 한번의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총 3차례에 걸친 핵 실험의 경우를 살펴보면 증시의 변동성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주가도 핵 실험 소식에도 10일전(1939.71)과 비교해 불과 0.31% 낮아진 수준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총 3차례의 핵 이벤트 발생 전후 10일간의 주가 수익률을 살펴보면 최대 변동폭은 3%를 넘지 못했다.
가장 수익률 변화가 컸던 1차 핵실험 당시(2006년 10월9일) 주가는 1319.4를 기록했다. 실험 10일전 주가가 1366.44였던 것에 비해 3.44% 하락했지만, 이후 10일이 지난후 주가는 1364.95로 3.45% 상승하며 이벤트 이전의 제자리를 되찾았다.
2차 핵실험(2009년 5월25일) 당일 주가도 1400.9로 리스크 부각 10여일 전후와 비교하면 각각 -1.01%, -0.54% 감소한 수준에 그쳤다.
업계 전문가들은 북핵이슈가 단기적 변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추세를 변화시키는 이벤트로 작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핵 이슈외에도 대부분 북한발 악재는 시장에 추세를 바꿀만한 충격을 주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경기와 금융시장 환경이 더 중요한 영향를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펀더멘털 모멘텀에 대한 신뢰도를 꺾을만한 추가적 이슈가 불거지지 않는 한 코스피 상승추세는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3차 핵실험은 이미 예상했던 이벤트로 시장은 대체로 차분했다"며 "해묵은 이슈로 발생시마다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킨만큼 부정적 영향이 있었지만, 오래 지속되진 않았다"고 진단했다.
◇'核보단 달러', QE에 주목하는 증시
증시 전문가들은 무시무시한 북한 핵폭탄 보다는 국내증시에는 미국의 양적완화를 통한 글로벌 유동성의 방향성이 주가 수준에 더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실제 제1차 국채매입(QE1)이 발표됐던 2009년 3월 19일 주가는 1161.81로 10일전(1058.18)에 비해 9.79% 급증했다. 발표후 10일이 지난 시점의 주가도 12.76.97로 9.91% 상승하며 발표 이후 20여일간 무려 20%에 가까운 지수 변동폭을 기록했다.
20010년 2차 QE 발표 당시에는 같은 기간중 변동 수익률이 1.50%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 12월 12일 3차 국채매입 발표 당시에는 4.3%이상의 변동을 나타냈다.
업계 전문가들은 북핵 등 국지적인 이슈가 단기적으로 증시 흐름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결국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북한이 아닌 외국인과 엔달러 등 수급"이라고 강조했다.
오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의 변화는 주가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엔달러 환율은 반등을 가속화시키는 힘을 이끈다"며 "북핵은 학습효과와 리스크 해소에 따른 외국인 순매수 확대로 오히려 긍정적 재료"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핵 실험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북한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주요국의 강경대응과 북한의 반발로 이어진다면 수급이 재료를 벗어날 수도 있다"며 "우려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망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핵-국채매입 발표 전후 지수 수익률
<자료 = 대신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