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SK브로드밴드(033630)(옛 하나로텔레콤)가 고객의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들에게 제공해 피해를 입게 된 피해자들이 항소심에서 추가로 배상받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이강원)는 13일 이모씨 등 315명이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봤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해자 중 50명에 대해 각 20만원씩 추가로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전체 피해자 1013명 중 절반 이상인 593명이 배상받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이용자의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있는 권한은 이용계약의 이행이나 요금정산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면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개인정보를 수집·이용 등에 관한 동의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보 공개 및 이용을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헌법상 보장돼 있다"며 "SK브로드밴드는 고객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업체에 제공, 이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마케팅 등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목적으로 취급위탁하거나, 사전에 고지 또는 동의를 받지 아니한 수탁업체에 취급위탁했다는 점, 상당수의 수탁자와 영업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했고 그 개인정보를 취급하게 해 다수의 이용자들이 취급위탁업체들의 텔레마케팅 공세에 시달렸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원고들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정신적 고통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에 대해 동의를 받은 경우나 SK브로드밴드 서비스 가입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나머지 265명에 대해서는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9월 SK브로드밴드로 상호를 바꾼 하나로텔레콤은 2006~2007년 자사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50여만명의 이름, 전화번호, 생년월일, 주소, 사용요금 등의 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인 Y사에 제공했다.
이 사실을 안 SK브로드밴드 서비스 피해자 이씨 등 1013명은 "개인정보유출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이에 1심에서 "보이스피싱 등 개인정보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며 "총 563명에게 10만~2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