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아서, 바하무트 등 모바일 카드배틀게임 '사행성 논란'

입력 : 2013-02-18 오전 10:33:40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1 카드배틀 모바일 게임 ‘밀리언아서’를 즐기는 A씨(26세)는 이달 초 20만원을 결제해 레어등급 이상의 카드 88장을 뽑았다. 하지만 A씨는 원하는 카드를 얻지 못했고, “한번 더 뽑아야 될 것 같은 충동이 든다”는 글을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에 올렸다. 이 글 아래에는 "이제 그만하라"는 유저들의 걱정스런 댓글이 달렸다.
 
#2 지난해 4월 일본 언론은 주부 카요코(가명, 41세)씨가 모바일 게임의 캐릭터 카드를 얻기 위해 1년간 150만엔(약 1730만원)을 쏟아 부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유치원에 간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에 조금씩 짬을 내어 하다가 어느새 게임 폐인이 돼버렸다”고 고백했다.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액토즈소프트(052790)의 '확산성 밀리언 아서'나 다음(035720)의 '바하무트:배틀 오브 레전드' 등 카드배틀 게임이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장르의 핵심 콘텐츠인 현금결제를 통한 '확률형 카드뽑기'를 놓고 "사행성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드코어 게이머의 경우 좋은 카드를 뽑기 위해 수백만원을 쏟아 붓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드물지만 계정자체가 수십~수백만원에 현금 거래되기도 한다.
 
‘운’에 따라 구할 수 있는 게임 내 희귀카드 한 장의 가치가 100만원 이상으로 여겨지면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용자의 과도한 현금결제 부추기나
 
게임산업진흥법 상 '사행성 게임'이란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며 결과에 따라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게임을 뜻한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카드배틀 게임의 확률형 카드뽑기를 ‘우연의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사회적 통념에 비춰 과도한 현금결제, 즉 현질을 유도한다면 사행성 게임으로 판단할 수 있다.
 
사행성 게임으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게임 내 뽑기에 아무런 보상이 없는 ‘꽝’이 포함됐거나, 보상의 편차가 너무 크면 미성년자들의 무절제한 ‘현질’을 막기 위해 ‘청소년이용불가’로 게임 등급이 결정된다.
 
지난해 일본에서도 카드배틀 등 소셜게임에서 '컴플리트 가챠(コンプガチャ)'로 큰 이익을 얻은 업체 6곳이 사행성 논란에 휘말렸다.
 
컴플리트 가챠란 뽑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카드나 아이템을 모아 더 희귀한 아이템을 얻는 수집방법으로, 지난해 5월 일본 소비자청이 경품표시법 위반이라는 공식견해를 밝히면서 업계에서 퇴출됐다.
 
◇GREE 등 일본의 게임업체들은 지난해 지나친 사행성 조장 시비에 휘말렸다. 사진 = GREE 홈페이지
 
이와 함께 모바일 카드배틀 게임의 ▲기간 한정 카드 획득 이벤트 ▲결제 한도 제한 시스템 미비 ▲PC게임에 비해 간단한 결제 시스템 등도 유저들의 과도한 현금결제를 부추기는 요소로 지적받고 있다.
 
◇사행성 판단 기준 '미흡'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뽑기’의 사행성 판단 여부는 사실상 업계에 맡겨져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PC온라인 게임에서 확률형 뽑기 요소가 들어갈 경우 ‘지불한 금액만큼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는가?’ 등 사행성 요소 심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모바일 게임의 경우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을 제외하고는 ‘자율등급분류’ 규정에 따라 업계 자율이다.
 
오픈마켓별로 결제 상한선도 제각각이다.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는 신용카드 한도금액까지 인앱 결제가 가능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통신사들의 자체 앱스토어의 경우는 10만~50만원까지 결제가 가능하다.
 
전지윤 게임등급위 정책지원부 주임행정원은 “카드 배틀 장르처럼 현금을 내고 확률형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은 일반 소비자들의 항의가 많이 들어와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사행성 기준에 대한 부분을 새로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업계 "카드배틀 게임 특성 이해해야"
 
이에 대해 업계는 ‘확률형 카드 수집’이 게임 내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이자 ‘재미’를 주는 요소임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유저들이 수십만~수백만원의 과도한 현금 결제를 하는 것도 희귀 카드의 가치를 고려하면, 희귀 우표가 고가의 가격에 유통되는 것과 같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배틀 게임의 주 이용자가 청소년보다는 성인인 만큼 청소년의 현금결제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모바일 게임 내 결제가 대부분 신용카드로 이뤄지고 있고, 일부 청소년들이 부모의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또 오픈마켓에 따라 부모가 자녀가 휴대폰으로 결제를 못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어, 가정 내에서 자녀의 무절제한 '현질'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액토즈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밀리언아서의 경우 워낙 마니아층이 두텁고 여론의 큰 주목을 받고 있어서 다른 게임들에 비해 더 엄격한 기준으로 확률형 아이템 보상 수준을 관리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뽑기의 확률 조정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로, 현금 결제를 하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모바일 게임 기획자는 “일본은 우리와 달리 파친코에 관대한 문화가 있음에도 지난해 확률형 뽑기가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큰 비난이 일었다”며 “국내에서도 최근 게임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에 휩쓸려 ‘수집’이라는 즐거움을 주는 요소가 무조건 사행성 조장으로 사회적으로 낙인 찍힐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현금을 지불한 뽑기나 기간 한정 이벤트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 = 밀리언아서(위), 바하무트(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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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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