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김창근 SK 신임의장 "어려울 때 투자 늘렸다"

입력 : 2013-02-18 오후 6:37:49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SK그룹이 쉽지 않은 결단을 했다. 김창근 신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사진)은 18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지난해보다 10% 넘게 투자하겠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지난해 총 15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고, 올해는 1조5000억원을 늘린 16조6000억원의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SK그룹은 주력사업인 에너지화학(이노베이션)과 정보통신(텔레콤), 반도체(하이닉스) 등 이른바 3각편대에 투입하는 시설투자 외에도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과 자원보국 실현을 위한 해외자원 개발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이날 채용 계획도 내놨다. 경영환경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지만 "지난해 수준인 75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김 의장은 밝혔다. 그는 "고졸사원 채용에 있어서도 지난해 수준인 2400~2500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 경제, 자원, 환경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넘길 수 없고, 또 어느 것 하나 우호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서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처럼 어려울 때 선제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과감히 늘리고, 끊임없이 인재육성을 해온 것이 오늘날 우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어려울 때 투자를 줄이면 경쟁대열에서 탈락할 수 있다. 투자를 적극적으로, 효율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며 "(투자는) 끊임없는 일자리 창출과도 궤를 같이 하는 문제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큰 화두가 됐다"고 말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내비쳤다.
 
김 의장은 이날 대부분의 발언을 새로운 경영체제 '따로 또 같이 3.0'을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각 계열사가 자율적 경영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따로'를, 또 부분 최적화가 전체 최적화에 적합할 수 있게 '같이'를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이사회 중심의 자율적 경영에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을 더하고, 여기에다 집단지성의 힘을 더하기 위해 6개 각 분과별로 위원회를 꾸렸다고 그는 말했다.
 
김 의장은 최태원 회장의 역할 또한 '전략적 투자가'로 못 박았다. 총수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고 눈치를 살펴야 했던 기존 기업 지배구조 문화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집단지성의 힘을 강조했지만 권한이 담보되지 않는 의사결정은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또 리스크를 담보한 도전을 꺼린다는 점에서 SK의 실험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 회장의 공백 속에 자신의 역할을 철저히 '조정자'로 국한시킨 김 의장의 어깨에 드디어 재계 서열 3위 SK그룹이 올려졌다. 다음은 이날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신임 의장으로서 앞으로의 각오와 계획을 밝혀 달라.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편치 않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SK에 들어온 지 38년 8개월이 됐다. 기업을 둘러싼 외부환경은 그렇게 우리에게 우호적이고 평탄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사업적 부분만 아니라 경영철학과 기업구조 등에 있어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노력해왔고 또 성장해왔다.
 
'따로 또 같이 3.0'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성장 이후 따르는 각 계열사 간 불균형 등을 해소하기 위해 '따로'를 했고, '같이'를 했고, '따로 또 같이'를 했다. 재벌기업이 성장하면서 그 내부에서 경험할 만큼 경험도 했고, 역량도 갖춰진 만큼 이제 집단지성을 통해 현명하게 문제를 들여다보고 접근할 때다. 그 전에 강한 리더십을 통해 강한 추진력과 실천력을 갖고 많은 문제들을 일목요연하게 긍정적으로 풀어왔지만 이젠 그럴 시기는 아니다.
 
글로벌 환경이 크게 변화했다. 지금 우리 앞에 닥친 대내외 문제에 초점을 맞춰 6개 위원회(전략·글로벌경영·인재육성·동반성장·윤리경영·커뮤니케이션)를 꾸렸다. 모든 주요회사들이 한데 모여서 우리에게 당면해 있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내일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지휘·명령 체계가 아니라 저의 역할은 조정에 있다. 이것이 가장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다. 85개 계열사와 6개 위원회, 이 부분들이 때로는 중첩되고 때로는 이견이 있고, 빈 구멍이 있을 수 있다. 조절과 조정의 역할에 중점을 두겠다. 나름대로의 경험과 경륜을 가지고 부분과 전체를 함께 아울러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 우선 경청하고 함께 논의해 나가면서 현재로선 가장 생명력을 갖는 최적의 답안을 찾는 게 제 역할이다.
 
-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최 회장이 역량을 쏟았던 해외개발과 사회공헌사업에 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앞으로 더 지혜를 모아서 경영 전반에 관해 굴곡 없이 해 나갈 수 있도록 논의해 나가겠다. (최 회장에 대한 1심판결과 그로 인한 법정구속은) 좀 당황스럽고, 저희가 나름대로 잘 소명하고 전체적 흐름에 대해서 충분히 말씀드리지 못해 나타난 송구스런 결과다.
 
최 회장은 전략적 투자자로서 글로벌 성장과 경영에 대해 많은 부분을 매진해왔다. 전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들과의 교류-이 부분은 오랜 기간 교감을 통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기업의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해 준다는 점을 근래 자주보고 있다. 최 회장의 부재는 그런 부분에 있어 자칫 결과로서 이어지는 것에 대해 미흡함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또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철학과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룹 내에서도 동반성장위원회를 두고 한국형 사회적 기업을 강조하고 있다. 그 전에도 '행복날개' 등 여러 유형의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해왔다. 모든 부분을 책임과 권한에 있어 잘 이끌어가고, 흔들림 없이 가리라 보지만 부분 부분에 있어 관철되는 전체 철학과 흐름이 제대로 구현될 지에 대해선 한걸음씩 진보한 예가 없는 상황이라 적잖이 당황스럽다. 그리고 동반성장의 문제, 핸드볼협회 등과 관련해 회장의 부재에 따른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 (최 회장이) 걱정하고 있지만 걱정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 부분의 부족함을 함께 메워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역할이기도 하다.
 
- 투자 및 채용 등 경영계획이 아직 미정인 상황이다.
 
▲사업 계획은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지만 경영이란 게 오늘까지의 실선부터 내일의 점선까지 방점을 찍기까지 여러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글로별 경제위기, 정치, 자원, 환경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넘길 수 없고, 또 어느 것 하나 우호적으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결국 매출액이라든지 순이익은 결과적인 것이다.
 
SK는 외환위기(IMF) 때도 그랬고, 금융위기 때도 그랬듯이 어려울 때 선제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과감하게 집행해왔다. R&D와 끊임없는 인재육성이 오늘날 우리를 만들었다. 지난해 15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는데, 연초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지만 지난해보다 10% 넘게 투자하겠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어려울 때 투자를 줄이거나 멈추면 경쟁대열에서 탈락할 수 있다. 투자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효율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는 일자리 창출과도 궤를 같이하는 문제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고용 창출 없는 성장이 이뤄졌고 이것이 당면한 큰 화두다. 지난해 수준인 75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고졸 사원 채용에 있어서도 지난해 수준인 2400~25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 현재 SK그룹이 가장 위기라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
 
▲기업은 늘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하나가 돼서 매번 어려움을 이겨나갔고, 전체적으로 보면 늘 안정과 성장을 추구해왔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 순간순간 참 고통과 어려움과 무의미함이 있지만 대한민국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 우리 모두가 하나가 돼서, 끊임없이 노력해서 서로가 하나인 점을 찾겠다. 이것이 저희 각오다.
 
- 신년사에서 그룹 가치 30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로드맵이 있다면. 그리고 올해 경영 전망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안 좋다. 내수도 그렇고, 우리를 둘러싼 국제, 금융, 정치 등이 다 안 좋다. 주저앉으면 우리만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주저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헤쳐 나가도록 하겠다. 지금 그룹 전체 매출 단순합계가 150조원, 중복되는 부분을 상쇄하면 130조원정도 된다. 지금 현재 기업가치가 100조원 남짓이다. 기업가치 300조원이라는 로드맵 자체가 일단 장구한 계획이 아니라 어느 정도 가시거리 내에서 달성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로드맵은 손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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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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