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정리기금 16년만에 '역사속으로'

입력 : 2013-02-21 오후 5:12:35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외환위기 당시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조성된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오는 22일 청산되며 16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20%에 달하는 높은 공적자금 회수율을 달성하는 등 성공적으로 기금운용을 마무리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쌍용건설(012650)대우조선해양(042660) 매각 실패가 옥에 티로 남았다.
 
◇IMF시절,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태어나다
 
21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부실채권정리기금은 외환위기가 시작된 지난 1997년 설치됐다. 한보철강 부도를 시작으로 삼미, 진로, 해태, 기아 등 대기업들의 부도가 이어지며 금융회사의 부실이 급증하자 그해 11월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한 것이다.
 
캠코는 1997년부터 2002년까지 39조2000억원의 기금을 투입해 180여개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111조6000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캠코는 111조6000억원 가운데 111조4000억원을 국제입찰,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정리했다. 회수한 금액은 모두 46조8000억원으로 매입금액보다 7조6000억원을 더 거두어들였다.
 
지난 15일에는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종결지으며 공적자금 회수에 방점을 찍었다.
 
캠코는 지난 2008년 7월까지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상환해야 할 기금채권 등 원리금 33조3000억원을 모두 상환했고 지난해말에는 출연기관에 잉여금 10조8000억원을 조기반환하기도 했다. 22일에는 1조원 가량의 잔여기금을 추가반환할 예정이다.
 
<연도별 부실채권 정리현황>
(단위:십억원)
(자료:금융위원회, 캠코)
 
◇회수율 120%..세계적인 모범사례
 
부실채권정리기금의 회수율은 119%로 해외의 사례와 비교해도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스웨덴의 공적자금 회수율은 86%, 미국 65.7%, 일본은 17%에 불과했다.
 
캠코의 성공적인 기금운용 성과는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아시아 최초로 역외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에 성공한 사례는 지난 2005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사례(Case Study)로 채택됐고 2009년 G20 회의에서는 금융위기 극복의 모범사례로 발표되기도 했다.
 
캠코는 성공적인 기금운용 노하우를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 전수할 예정이다.
 
오는 5월 아시아개발은행(ADB)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국제 공공자산관리회사포럼(IPAF)'을 개최, 중국과 베트남, 태국 등에 캠코의 부실채권 정리기법을 공유할 계획이다.
 
◇쌍용건설·대우조선해양 매각실패는 '아쉬움'
 
하지만 기금 운용이 끝까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쌍용건설과 대우조선해양 등은 끝내 매각에 실패해 현물로 반환하게 됐다.
 
캠코는 정부에는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기타 출연 금융기관에는 쌍용건설과 대우조선해양주식을 출연비율(정부 86%, 금융기관 14%)에 따라 반환할 예정이다.
 
지난 2007년부터 다섯차례나 매각에 실패한 쌍용건설의 경우 2년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진 상태다.
 
쌍용건설 노조는 "캠코는 항상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쌍용건설을 고가매각해야 한다는 논리만을 내세우며 지난 8년을 보냈다"며 "가망없는 매각에 지난 1년 이상을 쌍용건설의 정상화가 아닌 책임회피를 위한 절차로 낭비했다"고 캠코를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부에 반환되는 부실채권정리리금 잉여금의 일부를 활용해 저신용층 채무감면을 위한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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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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