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후 경쟁사 입사..퇴직위로금 전액 반환의무 없어"

법원 "경제적 약자 보호 위해 약정내용 제한 해석해야"

입력 : 2013-02-25 오후 4:11:34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희망 퇴직 이후 2년 이내에 경업금지 의무를 어기고 경쟁업체에 입사했더라도 퇴직시 지급받은 퇴직위로금 전액을 회사 측에 반환할 의무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재판장 정효채)는 하이트진로(주)가 "퇴직위로금 1억3990여만원 전액을 반납하라"며 오비맥주(주)에 입사한 김모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소송에서 "김씨는 3500만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받은 퇴직위로금은 장기근속자의 자발적인 희망퇴직에 따른 금전적인 보상 뿐만 아니라 경업금지약정의 대가도 포함된 것"이라며 "'경업금지약정'은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두 회사 간의 무차별적인 인력 영입으로 인한 시장 거래질서의 건전성 및 공정성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도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용자에 비해 경제적으로 약자인 근로자에 대한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보장하기 위해 경업금지약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씨의 경우 퇴직 이후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이직을 했는데도, 경업금지약정은 약정의 위반 정도에 대한 고려 없이 어떤 경우에나 일률적으로 김씨가 지급받은 퇴직위로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그 비율이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가 소주 공급업체인 하이트진로의 판매·영업 전략 등을 숙지하고 맥주 공급업체인 오비맥주에 입사했더라도 두 회사는 상품시장이 달라 하이트진로측 주류영업 관련 피해가 크지 않다"며 "김씨가 하이트진로에서 오랫동안 근무했기 때문에 주류회사에서 습득한 지식 등을 활용하지 않으면 이직·창업이 어려운 점 등 사회관념에 비춰볼 때 퇴직위로금 전액이 아닌 4분의 1정도인 3500만원을 반환하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9년 12월 주식회사 진로(현 하이트맥주 주식회사)에 입사한 김씨는  2010년 12월까지 차장급으로 일했다. 하이트맥주와 흡수합병 전인 2010년 회사 측은 그 해 11월 직원들 중 만 45세 이상 또는 15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에 김씨는 '2년 이내 경쟁사에 입사시 희망퇴직시 받은 퇴직위로금을 전액 회사에 반납한다'는 경업금지약정 서약서를 작성한 뒤 퇴직했고, 1년 6개월이 지난 지난해 6월부터 오비맥주 주식회사에 부장급으로 입사했다. 그러자 하이트진로는 "약정을 어기고 퇴직 후 2년 내에 경쟁사에 입사했으니 위로금을 반환하라"며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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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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