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 사고 악몽에..은행권, '망 분리' 적극 도입

올해부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징계 강도 높아져
망 분리 사업 40억~100억원 이상 예산 투입

입력 : 2013-02-25 오후 5:50:56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은행권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전산 보안 강화에 나서고 있다.
 
43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현대캐피탈 전산망 해킹 사고와 약 200억원의 피해를 낸 농협 전산망 해킹사건 이후 올해부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징계 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기관의 전산망이 뚫릴 경우 은행 자체의 평판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만큼 해킹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대 은행은 전산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망 분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망 분리란 외부 인터넷 망과 내부 업무시스템 망을 분리하는 것으로, 외부 망을 통해 악성 코드 등이 내부로 유입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과 우정사업본부, 기업은행 만이 도입·운영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1년 IT 보안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망 분리 의무화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키려고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빠졌다. 망 분리 도입 시 은행권의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였다. 망 분리 사업에는 적게는 40억원, 많게는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다.
 
 
하지만 은행권은 자율적으로 망 분리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2번에 걸친 대규모 전산사고의 여파로 전산 보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해킹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 금융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성’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인터넷 망 분리 사업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업무에 사용되는 모든 PC의 운영체제를 윈도우 7으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망 분리 시스템을 함께 도입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망 분리 도입은 해킹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은행이 관리자로서 정보 보안을 위한 노력을 다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본점을 일부 부서에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오는 4월 중으로 본사와 모든 영업점에 망 분리 도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상암동 우리금융전산센터에 망 분리를 시범 적용했다. 모든 영업점을 대상으로 망분리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현재 비용과 기술적인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체계적 망 분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본점의 IT 관련부서에 먼저 망 분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본점의 타 부서와 영엄점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전산망의 방화벽을 강화하는 것 만으로는 다양한 악성 프로그램을 모두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망 분리 시스템을 도입하면 인터넷 악성 프로그램이 은행 전산망 내부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칙적으로는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감사에서도 전산 보안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어 망 분리를 도입하는 금융 기관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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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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