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KB·우리·신한·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교체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사외이사 34명중 28명이 3월 임기가 끝나지만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라 무조건 퇴직해야 하는 5~6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임됐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 키워드 '연임'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5일
우리금융(053000)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박영수 법무법인 산호 변호사와 채희율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내달 임기가 만료되는 6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방민준, 신희택 사외이사는 관련법상 5년 만기가 돼 퇴임했으며, 이용만 이사를 비롯한 4명의 기존 이사는 재선임됐다.
지난 21일 이사회를 개최한
신한지주(055550)는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유재근 사외이사를 제외한 8명을 재선임키로 했다.
유재근 이사는 일본 내 사업 일정 때문에 사외이사 활동이 쉽지 않아 자진해서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이사 후임으로는 고부인 산세이 대표이사가 추천됐다.
KB금융(105560)지주도 마찬가지다.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김영과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5년간 사외이사직을 맡아 유임할 수 없는 함상문 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이 퇴임했고, 나머지 사외이사 7명은 연임됐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올해 5년 임기를 마치는 사외이사는 유병택, 이구택, 김경섭씨 등 3명이다. 이들 이사를 제외하고 허노중, 최경규, 이상빈, 박봉수, 황덕남 사외이사가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과 유착관계 우려"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 교체 폭이 작은 것에 대해 사외이사의 임기를 최장 5년까지 보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최초 임기를 2년 이내로 하되 1년 단위로 최장 5년까지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정부조직개편이 늦어지고 금융지주사 회장 등 주요 인사가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틈을 타 기존 사외이사들이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당수 사외이사들이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 소속돼 있어 이사들끼리 5년 재임 연한을 채울 수 있도록 밀어주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재선임 추세가 경영진의 유착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KB금융지주를 제외한 일부 금융지주사에서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 금융지주사 CEO가 직접 참여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사무총장은 "사외이사 활동 내역을 보면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경우가 전무한 실정"이라며 "오랜 기간 사외이사로 활동하다보니 비합리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