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실트론, 불산누출 3일 지나서야 작업자 건강검진..은폐의혹 여전

오늘 아침부터 건강검진 시작..전문가 "의료기관 즉시 이송했어야"

입력 : 2013-03-04 오후 2:10:35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LG실트론이 지난 2일 발생한 불산 등 화학물질 누출사고 3일만에 해당직원들의 건강검진에 나섰다. 은폐 의혹에 이어 늑장대처까지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유해 화학물질인 불산은 노출 농도에 따라 24~48시간 사이에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병원에 즉각 이송해 검진 및 관찰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LG실트론은 사고 직후 작업자들의 건강 상태를 구두로 체크한 뒤 관계 당국에서 조사에 돌입하자 뒤늦게 건강검진에 나섰다. 이번 사고는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회사 측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사고 발생 16시간 만에 내부 고발자 신고를 통해 LG실트론이 마지 못해 관련 사실을 시인하는 등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태로 관련자가 경찰에 입건되고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등 홍역을 치른 상황이어서 LG실트론에 대한 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2일 LG실트론 에칭(etching) 공정에서 혼산 필터링 교체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11명의 작업자들은 4일 오전부터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언론을 통해 사고가 알려진 뒤에야 내려진 후속조치다. 일부 직원은 경찰 조사 뒤 검진에 들어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간이 오후 8시30분 경이여서 검진을 해줄 만한 병원이 없었다"며 "불산이 작업자들의 몸에 튄 게 아니어서 구두로 재차 건강상태를 확인했으나 증상을 호소하는 작업자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건강검진은 만에 하나 있을 지도 모를 건강상의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LG실트론은 또 사고 발생 직후 관계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될 게 없다면서 은폐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회사 측은 "산업안전보건법 10조2항을 보면 '중대재해' 시 지체없이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3개월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이가 2명 이상, 부상자 또는 직업성 재해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인 '중대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로 사람의 건강 또는 환경에 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관할 지방자치단체, 지방환경관서, 국가경찰관서, 소방관서 또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해야 한다'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제40조의 규정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로 사람의 건강 또는 환경에 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40조에서 규정한 '위해 발생 우려'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불산은 노출 농도에 따라 그 증상이 24~48시간 뒤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추가 사고 방지 차원에서 작업자들을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 건강검진과 주의 관찰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소장은 "작업자들의 외관만 살핀 뒤 즉각적인 검진에 나서지 않은 것은 불산 누출에 따른 대응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불산 유출시 피부나 호흡기 등 육안으로 건강에 이상이 없어도 즉시 병원으로 데려가 검진 및 관찰을 한 뒤 퇴원시켰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어 "불산 누출 신고 여부가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이미 여러 업체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도의적 차원에서 당국에 신고를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과 LG실트론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8시34분 경북 구미시 임수동 LG실트론 구미2공장에서 불산, 질산, 초산 등의 혼합용액이 30~60ℓ 누출됐다.
 
유출된 혼합물은 반도체 웨이퍼 작업 후공정 중 하나인 에칭(etching) 공정에 사용되는 용액으로, 필터링 용기 덮개의 균열로 새나갔다. 혼압액은 부피 기준 질산 55%, 불산 21%, 초산 24%가 섞였으며 외부 업체가 제조해 LG실트론에 납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실트론 측은 즉각 자체 방제작업을 벌여 외부 피해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다음날인 3일 낮 12시30분쯤 구미시와 소방당국에 제보가 들어갔고, 당국이 경위조사에 나서자 회사 측은 사고 발생 사실을 시인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월 불산을 누출한 삼성전자와 달리 작업자들을 긴급 대피시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수습 과정에서 회사 측이 축소·은폐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은 똑같다는 지적이다. 기업 이미지에만 얽매여 정작 중요한 생명은 도외시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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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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