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금융당국과 관련업계가 3년간 공들여왔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핵심 내용은 거의 모두 빠진 채 통과됐다.
해당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그간 여정이 순탄치 않은만큼 대형 증권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큰 이해관계가 없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다소 덤덤한 반응이다.
◇CCP 도입.."장외거래 안정성 제고 기대"
4일 금융위워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장외거래 중앙청산소(CCP)가 도입된다. 금융투자상품거래 청산업을 신설하고 청산대상 상품 등에 따른 청산회사 인가제를 시행한다.
해당 거래의 채무 불이행이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장외파생상품거래는 청산회사를 통한 청산을 의무화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앙청산소 도입으로 장외 거래에 대한 효과적인 위험관리체계가 구축될 것"이라며 "다수 거래자간 차감 등으로 결제규모 및 리스크가 대폭 축소돼 장외거래의 안정성과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증권업계도 CCP 도입 자체는 반기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통과가 증권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CCP 설치로 인해 헷지 수단 탐색 비용이 줄고 헷지 거래상대방 리스크가 줄어 기존 비지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G20 합의사항이었던 CCP가 통과되면서 파생상품 거래의 안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햇수로 3년간 국회 계류.."알맹이 빠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논의된 자본시장법들의 주요 내용이 모두 누락되자 업계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11년부터 자본시장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국회에서 이 법안이 몇몇 대형 증권사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여러 차례 통과되지 않았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사안은 선진형 투자은행(IB)의 발전 촉진안이다. 이는 자기 자본 3조 이상의 대형 증권사에 투자은행 업무를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투자은행이 허용되면 증권회사들은 신생기업을 발굴하는 등 종합적인 기업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신성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상장 전 투자 유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금융위는 대형IB의 신용공여 한도 400%가 과도하다는 국회의 지적을 수용해 200% 이하로 수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법안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결국 관련 내용 통과는 좌초됐다.
다자간 매매체결 회사 즉,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도 무산됐다. 대체거래소는 한국거래소나 코스닥 증권시장 같은 기존 거래소와는 별도로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한국거래소의 독점구조가 깨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거래소가 갖고 있는 시장 감시 기능을 분리하지 않는 한 현재의 독점 구조가 유지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밖에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 강화와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 제공, 주주총회 내실화 등의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본안들이 하루 빨리 통과돼 어려운 금융투자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의 배불리기를 우려하는 것은 업계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작은 증권사들은 영업을 못할 수도 있으므로 대형 증권사가 해외로 진출해 자금을 확보하고 그 빈자리를 중소형 증권사가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