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여야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5일까지 막판 협상을 시도했지만 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정책의 관할권 문제를 두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SO와 관련한 법 제·개정권과 인·허가권의 관할 문제는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사안이다. 여야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등 보도기능이 있는 프로그램공급자(PP)는 방송통신위원회 아래에 그대로 두고, 비보도 PP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데 합의했다. 또 IPTV 업무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되 IPTV 사업자가 PP에 진출하는 것은 금지하고, 통신주파수와 방송주파수는 각각 미래부, 방통위가 맡는다는 안에 잠정 합의까지는 이뤄진 상태였다.
여야가 유독 SO를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은 SO의 기능에 대한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
SO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개별 PP와 계약을 맺고 이를 공급받아 각 가정에 중계하는 방송 플랫폼 사업자다. 가입자를 모집하고 시청료를 징수하는 ‘지역 케이블’이 이에 해당하며 티브로드, CJ헬로비전, 씨엔앰 등이 있다.
핵심 쟁점은 SO가 시청률과 직결되는 채널 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상파와 종편 등 의무전송 채널을 제외한 다른 채널은 SO가 PP와 협의해 번호를 변경할 수 있다. SO는 방송법에 따라 채널구성표가 포함된 이용약관을 첨부해 방통위에 이용약관 변경에 대해 신고만 하면 된다.
야당은 채널 배정권이 미래부로 넘어가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친정부 성향의 방송이 이른바 ‘황금 채널’인 1~30번에 배치되고, 그렇지 않은 방송들은 뒤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SO와 관련한 정책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 관할로 남겨놓고 야당의 견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은 방송 산업의 진흥을 위해 유료방송은 일괄적으로 미래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또 SO는 방송 프로그램 전달자일 뿐 방송의 공정성이나 독립성과는 관계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SO가 자체적으로 지역 뉴스를 제작, 방송하고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는 후보자 토론회, 대담, 연설방송 등을 내보낼 수 있어 지역 여론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소셜 미디어들과 인터넷 언론이 넘치는 세상에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정부 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지만 결국 회기 내 처리는 실패로 돌아갔다.
다만 아직 협상의 불씨는 살아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제시한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위한 조건을 공개했다. 제시 조건은 ▲공영방송 이사추천시 재적의원 3분의 2이상 찬성하면 통과시키는 특별정족수안 마련 ▲언론청문회 즉시 시행 ▲MBC 김재철 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 실시 등 3개다. 이 조건들이 받아들여진다면 SO의 미래부 이관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절대 불가’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부조직법과 무관한 사항이므로 새누리당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계속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독립성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며 “그것을 가지고 거래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3월 임시국회를 새누리당이 단독 소집했지만 민주당의 거부로 개회 일정도 불투명해 짐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식물정부’ 기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