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6일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손해보는 일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혀 기초연금제도를 손볼 뜻을 내비쳤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5·16 쿠데타'의 성격을 묻는 질문을 받고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한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이동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과도한 사외이사 겸직과 관련해 "제 불찰"이라고 시인했다.
국회는 이날 4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전체 장관 17명 가운데 후보자 12명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됨에 따라 박근혜정부의 내각 인선 절차도 후반전에 들어선 양상이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전문성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각종 의혹을 제기했지만 정부조직개편을 놓고 야당과 청와대가 대치한 상태에서 다소 맥빠진 청문회가 됐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다만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은 향후 박근혜정부의 정책 향방을 가늠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서승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박근혜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예고하는 자리였다.
서 후보자는 이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의 주택 경기가 2006년 이후 최저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폐지하고 정상 세율로 환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득세 감면 연장에 대해서는 "1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대해서는 "규제 철폐가 아닌 신축적 조정"이라고 설명하면서 "용적률을 완화할 부분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문회 이전부터 투기꾼, 건설업체를 위한 장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서 후보자는 '규제 완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진영 "복지공약 후퇴? 대선기간 캠페인이 잘못돼서"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기간 약속한 복지관련 공약의 이행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등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기간 약속한 공약이 인수위를 거치며 '후퇴'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진 후보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은 사실을 겨낭한 것이다.
진 후보자는 이에 대해 "(대선기간 공약은) 캠페인에 맞게 짤막하게 하다보니 자세히 설명을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모든 어르신에게 20만원을 주겠다는 약속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진 후보자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기초연금 제도에 대한 수정 의사도 밝혔다.
그는 소득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4만∼20만원씩 차등 지급하는 방식인 기초연금제에 대해 “인수위안은 스스로 생각해도 국민연금 가입자가 조금 손해보는 경우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라며 "국민연금 가입자가 손해보는 상황이 오지않도록 (제도를)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류길재 후보자의 소신은 무엇?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역사의식이 도마에 올랐다.
류 후보자는 "5.16이 쿠데타가 맞느냐"는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한참을 망설이다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과 동일한 역사관을 표명한 셈인데 이를 놓고 추궁이 이어지자 그는 "장관 후보자로서 답하는 것"이라고 피해갔다.
류 후보자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평가하는 질문에 대해 "각각 일장일단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필, 겸직 논란에 "제 불찰"
업무 관련 전문성을 추궁한 다른 청문회와 달리 이동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도덕성 문제가 질의의 주를 이뤘다.
특히 병역면제와 겸직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김영록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결핵 치료를 의도적으로 미뤄서 병역을 면제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군에 안 가려고 결핵치료를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받아치며 "집안일을 거들다 치료가 제대로 안 됐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그러나 과거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원장 재직 당시 농협 자회사인 한삼인의 사외이사를 겸직한 데 대해 규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건 불찰이라고 시인했다.
◇임명장 주지 않는 대통령..국회와 평행선 달리나
국회는 오는 7일, 8일, 13일 각기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새정부 각료 후보에 대한 검증을 이어갈 방침이다.
정가는 인사청문보고서의 국회 통과 자체는 무난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내각 구성 자체는 예상보다 훨씬 더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근혜정부가 '아이콘'으로 내세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중도 사퇴하면서 처음부터 인선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데다 무엇보다 정부조직개편을 놓고 대통령이 야당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