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몸이 아플때 만큼 서럽고 외로울 때가 없죠. 가족들이 챙겨준다면 그나마 위로가 되겠지만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건강만큼 소중한 게 없습니다.
세종시에는 지긋한 나이에도 혼자 자취를 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자녀들이나 직장을 다니는 배우자를 함께 데려오지 못하고 홀로 기러기 아빠나 엄마가 되어 자취생활을 하는 것이지요.
안타까운 것은 이들이 아플 때 갈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현재 세종시에는 종합병원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말이 특별자치시지 지난해말 대거 유입된 공무원들을 포함하더라도 인구가 12만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종합병원을 지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군요.
의원급 의료시설은 52개소가 있고, 치과와 한의원, 요양병원까지 포함하면 세종시에 있는 의료시설도 100여곳으로 늘어나지만, 이들 모두 야간에 긴급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응급실은 없는 상황입니다.
밤에 갑자기 아프거나 탈이라도 나면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대전 유성이나 청주까지 가야 합니다.
그나마 딱 한곳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병원급 의료시설은 정부세종청사에서는 한참 떨어진 조치원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은 가족들이 있는 경우에 더 늘어납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주온 공무원들의 사정은 그래서 더 딱합니다. 수시로 아픈 아이들을 치료할 병원이 시원찮다는 것이지요.
사정이 이러니 세종시에 사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몸살감기정도는 그냥 참는 것이 다반사라고 합니다. 주사라도 한방 맞는다면 회복속도가 빨라지겠지만 말입니다.
세종시에 응급의료센터가 설치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지역간 이권다툼에 지연되고 있어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대형병원 분원이 들어와야만 종합병원급에서 설치할 수 있는 응급의료센터가 설치될 수 있지만, 서울대학교병원과 충남대학교병원이 서로 유치하겠다고 나서면서 응급의료시설 설치문제가 대학병원들의 지역거점 확보전으로 확산, 일이 복잡해진 겁니다.
당초 세종시가 서울의 서울대병원과 일을 진행하려 하자 충남대병원이 지역 거점국립대라는 점을 내세워 태클을 걸었고, 이 과정에서 응급의료시설 설치만 지연되고 있는 것입이다.
결과적으로 종합병원급의 분원설치는 어렵게 됐고, 지금은 서울대병원과 충남대병원이 각각 의원급 응급의료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충남대병원은 세종시 첫마을 쪽에 의원급 응급의료시설을 개원하기로 하고 이르면 다음주에 허가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서울대 병원은 조치원읍에 오는 6월에 응급의학과 등 진료과를 개설할 계획이랍니다.
의료서비스는 소비자인 환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할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것 같습니다.
이래 저래 세종시에 종합병원과 응급의료센터가 들어서려면 적지 않은 세월이 필요해 보입니다. 당분간 죽지 않을만큼 아프다면 슬프지만 그냥 참으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