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중국 경제가 성장세 둔화와 물가 상승이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1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중국 경제가 저성장 고인플레의 늪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올 들어 발표된 경제지표를 보면 성장세는 둔화된 반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부담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 발표한 중국의 1~2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5%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2004년 이후 가장 저조한 증가세다.
같은 기간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한 1~2월 누적 증가세며 시장 전망치인 10.5%도 밑도는 수치다.
루이스 퀴즈스 RBS 이코노미스트는 "지표가 예상했던 것에 비해 부진했다"며 "그동안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의견을 가졌었으나 이번 지표 통계는 이와 같은 전망에 대해 다시 검토할 여지를 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서 발표된 중국의 2월 무역수지 역시 내수가 부진하고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월 중국 수입액은 124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2%나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출액은 1393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같은 달 대비 21.8% 증가했다.
카오쉐펑 화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입 지표 저조는 중국 경제가 기대한 만큼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고 설명했다.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에 대해서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출이 과도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대만과 한국 등 완만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는 다른 아시아 수출대국들의 최근 추세와 어긋난다"며 "이번 수출 지표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중국 정부는 이를 만회할 경기 부양카드를 꺼내기 어렵게 됐다. 물가 상승 압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인 3.0%을 상회한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달의 2.0%도 크게 웃도는 기록이며 10개월 간 최고 상승폭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경기 둔화세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아야 하는 두가지 과제를 모두 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렌 시안팡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다시 낮은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또 앞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7.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던 장쯔웨이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지표가 악화되고 CPI가 치솟아 중국의 잠재 성장률은 7% 혹은 7.5%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