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라도 '문제', 떨어지면 '더 문제'?

입력 : 2013-03-11 오후 3:48:12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끊임없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부동산 시장. 과연 박근혜 정부는 앞선 정부들의 부동산 시장 관리 실패를 딛고 거래시장 정상화와 보편적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집값은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과거 ‘부동산광풍’에 휩싸이며 집값만 잡히면 서민 주거 불안이 해결될 것 같았던 때도 있었지만, 정작 집값이 하락하자 더 많은 부작용이 드러나며 주거 불안을 가중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 장관 자리에 처음으로 행정 관료가 아닌 도시경제 학자를 앉혔다. 현재 주택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심각한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참여정부, 집값 잡기 안간힘..‘강남아줌마’와의 전쟁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부동산광풍이 몰아쳤던 지난 2006년 서울 아파트값은 24.1%나 급등했다. 참여정부 5년동안 아파트값은 52.9% 상승했다.
 
김성일 중개협 대치지부장은 “2000년대 중반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강남 아줌마와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집값 상승은 사회적 문제가 됐던 때”라면서 “급등하는 집값 때문에 서민들은 ‘내집마련은 정말로 꿈이되는 것일까’하는 걱정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과열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참여정부는 이른바 ‘강남아줌마들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다른건 못잡아도 부동산만은 잡겠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종합부동산세, 총부채상환비율, 주택담보대출비율, 분양가상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등 대표적인 부동산규제들이 참여정부에서 신설되거나 강화 적용됐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급등 피로감과 겹치며 효과를 발휘했다.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3.6%로 둔화된 것이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금융위기와 맞물리며 본격적인 정체기가 시작됐다. 2008년 3.2%, 2009년 2.6%로 강보합세를 보이던 아파트값은 2010년 -2.2%로 하락세로 전환된 이후 2011년 -0.4%, 2012년 -4.5%, 올해도 -0.6%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10년 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MB ‘광풍’ 잡고 집값 내리기 성공, 하지만…
 
집값은 잡히고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드러났다. 바로 전세대란과 하우스푸어 문제다.
 
참여정부가 숙원했던 집값하락은 이뤄져 매수 부담은 점차 줄고 있지만, 세입자를 포함한 잠재 매매수요는 향후 집값 하락을 이유로 매매시장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전세수요 증가에 전셋값만 폭등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2.2%나 올랐다. 실제 전세난 진앙지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5억원이었던 전셋값이 9억원으로 치솟았다. 전셋집 부족에 전세난민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최근 10년 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
 
2월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5.7%로 2002년 9월(58.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허명 부천대학교 교수는 “주거 소유에 대한 의식 변화도 있지만 집값 하락 불안이 매매전환을 막는 가장 큰 불안 요소”라며 “시장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돈을 쓰기가 무섭거나 쓸 곳을 못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하락에 거래시장의 선순환 고리를 연결하던 실수요자들의 매매전환이 실종되며 집을 팔지 못하고 대출 이자에 매몰되는 ‘하우스푸어’라는 새로운 사회적 약자층도 등장했다.
 
허 교수는 “집값이 하락하고 있고 전망도 불투명해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이는 또 다시 가격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거래실종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정부의 복지와 시장을 아우르는 부동산 정상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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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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