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휘발유값 100원 '폭등'..정유사 공급가가 '원인'

국제 휘발유·경유 가격보다 10~20% 비싸
정부 "3월 중순 기름값 안정"..업계 반응은 '글쎄'

입력 : 2013-03-11 오후 4:50:33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휘발유 판매가격은 국내 기름값이 5주 연속 상승하면서 리터(ℓ)당 평균 20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유 판매가격도 지난 2012년 8월 이후 7개월 만에 ℓ당 180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상승하면서 정유사들의 공급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 2월1일 이후, 5주 연속 상승하면서 ℓ당 1994원을 기록했다. 5주만에 ℓ당 74원이 상승해, 상승세 전 21주 동안 하락분인 ℓ당 100원을 거의 따라잡았다.
 
경유 판매가격도 지난해 9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 2월1일 ℓ당 평균 1744원을 기록했지만 2월 들어 상승폭이 커지면서 ℓ당 평균 1794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부터 150여일 동안 100원 하락한 경유 판매가격은 30여일 만에 절반인 50원이나 올랐다.
 
◇시민단체 "기름값 폭등 원인은 정유사 공급가격"
 
시민단체에서는 2월 기름값 폭등 원인으로 정유사들의 높은 공급가격을 꼽았다.
 
2월 한달 동안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을 감안하더라도 정유사 공급가격이 국제 휘발유 가격보다 ℓ당 12원, 국제경유 가격보다 20원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와 환율을 모두 고려한 2월 국제 휘발유 가격 상승폭은 ℓ당 평균 102원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정유사 공급가격은 115원 상승해 국제 휘발유 가격보다 11% 더 비싸게 공급됐다.
 
여기에 공급가에 일정비율로 붙는 유류세도 정유사들의 공급가 상승으로 덩달아 오르며  가격폭을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월 넷째 주 유류세는 ℓ당 평균 1000원에 육박하며 전체 휘발유 가격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2월 두바이유가, 국제경유가 및 세전정유사공급가 비교
 
경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월 국제유가와 환율을 모두 감안한 국제 경유가격 상승분은 ℓ당 평균 75원이다. 같은 기간 정유사 공급가격은 평균 94원 상승하며 국제 경유가격보다 26% 더 비싼 가격에 팔았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2월 기름값 상승의 원인은 구정연휴를 전후로 물류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2월 넷째 주 휘발유와 경유 주유소 세전 공급가격은 ℓ당 평균 972원, 997원으로 지난주 대비 각각 41원, 50원 하락하면서 가격이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서혜 소비자시민모임 석유감시단 팀장은 "정유사들이 주유소 공급가격과 유통마진을 유가 상승기에 높게 책정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면서 "여전히 '오를 때는 빨리, 내려갈 때는 천천히'란 기름값 공식이 깨지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석유공사 "3월 중순 기름값 안정"..현실은?
 
서울시의 경우 2월에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이 ℓ당 평균 100원 이상 상승하며 전국적 기름값 인상을 이끌었다.
 
서울지역의 이날 휘발유와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각각 2080원, 1880원으로 지난 2012년 상반기 이후 1년여 만에 휘발유는 2100원대, 경유는 1900원대 재진입을 눈앞에 뒀다.
 
광주시와 제주시도 ℓ당 평균 100원 가까이 상승했고,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전라북도, 대구시도 각각 평균 70원 가량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는 "달러화 강세 등으로 국제유가가 3주 연속 약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정유사 공급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오는 15일 이후,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도 곧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유소들의 입장은 정부와 달랐다.
 
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주유소가 정유사에서 공급받은 휘발유나 경유 등을 소진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한달'이다.
 
때문에 주유소 판매가격은 매주 발표하는 국제유가나 정유사 공급가격 추이보다는, 정유사로부터 휘발유나 경유를 구매하는 시점이 주유소 판매가격과 연관성이 더욱 크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3월 구매한 석유제품을 전부 소진하는 3월 말이나 4월 초의 정유사 공급가가 관건"이라며 "주유소마다 구매 일정과 재구매 일정은 다르지만 보통은 월초나 둘째 주쯤에 (구매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말하는 안정화는 기름값이 당분가 오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기름은 상승세에 구매한 기름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4월 초 정유사 공급가격이 오르면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염현석 기자
염현석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