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미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우지수의 과열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주식시장의 거품이 일고 있긴 하지만 버블이 터질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4년간 美다우지수 100%↑..유동성의 '힘'
11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닷새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랠리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2%를 넘어서며 경기회복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감에 기인한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2009년 3월 이후 누적 기준으로 7% 증가했으며 이 기간 동안 다우지수는 2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중국의 GDP는 41% 성장한 반면, 상하이 증시는 2007년 고점의 반토막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증시 랠리는 미국 중앙은행의 강력한 경기부양에 힘입은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양적완화로 금리가 하락하자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사들이면서 증시가 랠리를 지속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역대 최고 수준의 국가부채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역사상 최저를 기록하는 금융시장 여건은 현금보다 주식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연준 과감한 조치..위험 따르기 마련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을 위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조치 뒤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는 지적한다.
주식시장이 과대평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런 까닭이다. 신중론자들은 주식 과열의 근거로 기업 이익 성장률이 한계에 달했다는 점을 꼽았다.
지난해 미국 기업들의 수익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4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익 개선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의 지난 1분기 순익은 전년동기대비 1.2% 증가했지만 금융센터를 제외하면 0.1% 성장에 그쳤다.
제레미 스테인 연준 총재는 지난달 한 연설에서 “1980~1990년대에는 장기 랠리가 이어졌을 당시에도 과도한 유동성이 신용시장에 흘러가면서 위험이 부각됐었다”며 “이러한 패턴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美증시, 거품이 끼었지만 터질 정도 아냐
그렇다면 증시 랠리는 여기서 끝일까? 잇따른 경고에도 불구하고 증시 랠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2년간 랠리를 이끌어왔던 유동성이 버블 붕괴를 초래할 만큼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연준이 양적완화를 섣불리 끝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펀더멘털은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라며 "연준이 양적완화 조치를 중단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산버블까지는 아니어도 거품이 일기 시작한 만큼 투자자들이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강조했다.
특히, 연금 기관투자자들은 향후 손실을 내지 않기 위해서 채권과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낮지 않다는 점을 인지해야하고 근로자들 스스로 노후 대비 자금을 관리해야한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