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석유 근절책 공회전)탈세방법 다양화..정부기관들은 '불협화음'

석유제품 탈세액 최대 10조..정부, 주무부처도 못 정해
무자료 거래는 규모파악도 안되고 조폭 연계되기도

입력 : 2013-03-15 오후 4:34:30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가짜·탈세석유를 위한 수법들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지만 근절에 힘을 모아야 할 정부부처들의 역할분담 및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단속기관과 처분기관 간 업무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단속기관에서 적발한 가짜석유 업주들에 대한 행정처분과 과세추징이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현재 가짜·탈세석유 근절을 위해 크게 석유관리원·경찰 등 단속기관과,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 등 처분기관으로 이원화돼 운영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경기도 화성시에 가짜석유를 유통하다 적발된 업주가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기 전, 주유소를 경매처분한 후 도주해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받은 사건도 있었다.
 
◇부가세·종소세 탈세 심각..석유제품 탈세액 최대 10조
 
15일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가짜·탈세석유의 탈세 유형은 ▲가짜석유 제조 등 품질 관련 탈세 ▲유통과정 중 탈세 ▲종합소득세 등 경영 관련 탈세 ▲무자료 거래로 인한 부가가치세 탈세 등 네 가지로 압축된다.
 
탈세 방법이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짜석유를 현장에서 단속하는 기관에서는 '가짜석유' 제조·유통으로 인한 탈세액보다 정품기름을 판매하며 법망을 피해 탈세한 금액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주유소 등에서 국세청의 눈을 피해 탈루한 금액은 연간 최대 6조원으로 정부와 학계에서 말하는 '가짜석유 탈루액' 최대 금액인 4조원보다 2조원이나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석유관리원에서 차량연료 진품 여부를 무상으로 판별해주고 있다.
 
정부의 가짜·탈세석유 탈루액에는 주유소나 대리점 등의 경영 관련 탈세액이 빠졌기 때문이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주유소 등 석유유통업주들이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주유소 등에 부과된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국세청의 눈을 피해 탈루한 금액은 연간 최대 6조원이다.
 
가짜석유를 단속하는 한국석유관리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장이 자주 바뀌는 주유소는 대부분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탈세하는 곳으로 볼 수 있다"며 "일년에 수차례 주유소 사장이 바뀌면 종합소득세 등이 여러 사장들에 나뉘어 부과돼 국세청의 눈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 경기도의 한 주유소의 경우 일년 동안 5명의 사장에 각각 2000만~3000만원의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부과됐지만, 바지사장들 뒤에 있던 주유소 실제 주인은 이미 도주해 바지사장들이 세금을 연체했다"며 "국세청에 신고했지만 과세 금액이 적어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자료 거래 피해 심각..조폭까지 연계
 
무자료거래로 인한 세금탈세액은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가짜·탈세석유의 탈루액 차이가 기관마다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무자료 거래는 휘발유·경유 등을 공급하는 업자가 이른바 '폭탄 대리점'으로 불리는 유령 대리점을 만들어 대량의 매출을 발생시킨 후 유령 대리점을 고의 폐업시켜 기름을 빼돌리는 것을 말한다.
 
대리점은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사업체기 때문에 언제든지 손쉽게 폐업할 수 있고, 이미 대량으로 발행된 세금 계산서는 가짜석유를 유통하는 업주들에게 악용되고 있다.
 
가짜석유 제조·유통 업주들이 '폭탄 대리점'을 이용해 허위로 세금 계산서를 발행한 뒤, 대리점을 폐업시키고 세금을 포탈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실제 지난해 '폭탄 대리점' 중 한 곳은 약 2조원의 허위 세금을 작성해 전국적인 '자료상' 역할을 했고, 국세청과 경찰은 이 때 발행된 허위 세금 계산서의 행방을 지금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가짜석유 유통은 게릴라식 거래로 진화하면서 공사장과 같은 현장에서 주로 홈로리 차량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국내 석유제품 대리점들의 모임인 한국석유유통협회도 '폭탄 대리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국에 석유대리점은 600여 개로, 이 중 정상 영업을 하는 곳은 150여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450여개가 가짜·탈세석유 취급이 예상되는 부실 대리점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이른바 '꾼'으로 불리는 대리점주가 탈세 목적으로 무자료거래를 하는 경우 아예 서류상 흔적조차 남지 않아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진우 한국석유관리원 수도권본부장은 "전문 무자료거래업자는 보유 물량의 50~70%가량을 남겨둔 채 폐업을 한다"며 "이런 기름은 부가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남는 기름 역시 싼 가격에 팔아치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품 기름을 저가에 받은 주유소 업자는 가격을 파격적으로 싸게 후려쳐 치킨게임을 진행하고 주변 주유소들의 시장질서를 교란시키거나 고사시킨다"며 "이 같은 불법 유통구조에는 주로 조폭까지 개입해 인근 주유소 업주들도 항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주관부처도 못정한 정부..불협화음 '논란'
 
가짜·탈세석유의 제조방법과 탈세 방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화되고 있지만, 정부는 주관부처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식경제부는 가짜·탈세석유 근절책의 핵심인 '수급보고 전산화' 정책의 주관부서이기 때문에 지식경제부가 '가짜·탈세석유 주무부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지경부는 석유관리원을 통한 단속권한만 있기 때문에 처분권한이 없는 지경부가 주무부서가 되면 단속에만 치우치게 돼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가짜석유 제조·유통 업자들에게 세금 추징이나 행정처분을  내릴수 없기 때문이다.
 
국세청도 가짜·탈세석유로 인한 세금 탈루액을 적극 추징하기 위해 기동조사팀을 꾸리는 등 대책을 세웠다.
 
하지만  '게릴라식 판매'로 진화한 가짜석유 업자들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석유관리원이나 경찰 등의 협조가 필요한 것은 물론, 다양한 방법으로 탈세되고 있는 소규모 석유제품 관련 탈세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가짜석유로 트레일러 엔진 고장을 경험한 경기도 화성시의 김 모씨는 "화성시 인근 주유소에서 경유를 넣고 엔진이 고장이 나 수리비 수천만원이 들었다"며 "석유관리원과 국세청에 신고했지만 석유관리원에서 적발한 후 국세청에서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석유관리원이 단속해도 지방자치단체나 국세청에서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가짜석유를 파는 업주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경기도 인근 주유소에 의심되는 주유소를 자주 신고하지만, 적발이나 조치가 취해졌다는 소식을 듣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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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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