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한국판 토빈세(금융ㆍ외환거래세)' 논쟁이 뜨겁다. 올초 정부가 급격한 외화 유출입을 막기 위해 '한국판 토빈세' 도입 카드를 꺼낸 후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최근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에서는 토빈세 도입 반대 의견을 내놨다.
여기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토빈세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한층 가열됐다.
'한국판 토빈세'를 둘러싸고 찬반의 날선 공방 속, 반대 목소리가 한층 더 커진 양상이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하 차관보)은 국제 투기자본(핫머니)을 규제하기 위해 단기성 외환 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인 일명 '토빈세' 도입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최 차관보는 "최근 양적완화는 전례 없는 상황이라 대응 조치 역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단기 해외투기자본을 규제하자는 토빈세의 취지를 살려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외환거래 과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 동안 "토빈세를 도입하면 국제적인 '왕따'가 될 수 있다"며 토빈세 도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터라 정부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학계를 비롯한 금융·외환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이후 학계 및 금융·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한국판 토빈세' 도입 문제를 놓고 '찬성 vs 반대'의 날선 공방을 벌여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인 자본시장연구원에서는 정부 방침과 배치되는 반대 의견을 내놔 논란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13일 '유럽의 금융거래세 도입논의와 한국에의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국형 토빈세 도입은 오히려 환율변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과세방식의 과세목적 부합성, 시장의 부작용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의 입장과는 배치된 것. 사실상 정부 방침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김준석·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거래세가 도입되는 경우, 위기상황에서는 유입된 자금의 철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반면 새로운 자금은 원활하게 유입되지 않아 환율변동성이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이어 "실증연구결과에서도 유동성감소, 변동성 증가 등 거래세의 부작용이 단기투기적 거래의 억제효과를 압도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보면 스웨덴, 일본, 대만 등은 과거 금융관련 거래세를 도입했지만 거래위축과 미미한 세수증대 효과 등으로 인해 이를 폐지한 바 있다.
특히 스웨덴은 1984년 주식 및 채권 거래세 0.5%를 도입하고 1989년 고정수익채권에 거래세 0.002%, 만기 5년 이상 채권에 거래세 0.003%를 부과했지만 이것이 금융시장에 커다란 부작용을 일으켜 결국 1991년 모든 과세를 철회했다.
여기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양방향의 거래가 있는 것이 외환시장의 거래인데 우리가 유입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필요할 때 외화가 들어오지 못할 때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 제출한 사전 서면질의에서는 "유럽연합이 추진 중인 금융거래세는 우리나라의 금융거래세 도입 검토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 '한국판 토빈세' 도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외환거래세와 채권거래세로 구성된 한국형 토빈세 도입 논의는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사안"이라며 "거래비용 증가는 단기·투기적 거래뿐만 아니라 유동성 역시 위축시킨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