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상인들 "홈플러스 합정점, 판매제한 품목 도움 안돼"

"판매 저조 품목이 대부분...핵심품목 빠져있어"
호박·오이·무·대파·고등어·갈치·조개가 핵심품목 주장

입력 : 2013-03-20 오전 11:35:07
[뉴스토마토 이준영기자] 홈플러스 합정점이 인근 재래시장과 맺은 협약안의 핵심 내용인 15개 품목 판매제한은 해당 지역 재시장에 별 도움이 안되는 등 실효성 없는 협약이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판매를 제한키로 한 15개 품목의 경우 수요가 많지 않고, 수요가 많은 핵심 품목들은 판매제한 품목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20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홈플러스 합정점과 망원시장상인회·망원동월드컵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은 지난달 27일 홈플러스 판매제한 품목 선정, 전통시장 행사 물품 지원·홈플러스 단독할인행사 자제·상생협의체 운영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협약을 맺었다. 특히 홈플러스 합정점은 오징어·떡볶이·석류·알타리·아귀·코다리·임연수·국거리 한우·우족·소등뼈 등 15개의 1차 상품 판매를 제한키로 했다.
 
◇19일 망원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에게 판매할 채소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은 15개 품목 자체가 평소 많이 팔리던 종류가 아닌 데다, 소비자들이 평소에 많이 찾는 핵심 품목은 빠져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로 망원시장에서 청과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이 모씨는 "판매 제한 상품중 하나인 석류와 알타리는 원래 잘 안 팔리는 품목이어서 가게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석류는 일주일에 고작 20개 정도 밖에 팔리지 않는다"면서 "호박, 오이, 무, 대파와 같은 품목이 선정돼야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망원시장에서 생선과 해산물을 파는 상인 장 모씨도 "아귀와 코다리는 사람들이 잘 안 찾는 생선이라 홈플러스에서 팔지 않는다고 소비자들이 시장으로 오지 않는다"며 "판매제한 품목으로 지정된 오징어와 임연수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고등어, 갈치, 조개 등 핵심품목이 빠져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육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축산물 종류 판매제한 품목인 국거리 한우, 우족, 소등뼈 중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은 국거리 한우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우족이나 소등뼈는 이틀에 한 번씩 팔릴 정도로 수요가 많지 않은 품목이라는 얘기다.
 
장모씨는 "핵심이 빠져 있는 판매제한 품목에 만족하지 않는다"면서 "망원시장 상인회에 삼겹살과 목살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제품을 판매제한 품목으로 지정해 달라고 제안했지만 상인회와 홈플러스 간 협의 과정에서 반영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모씨는 "홈플러스와 시장 모두 수 천 가지 이상의 품목들을 파는데 겨우 15개 품목의 판매를 제한한 것은 도움되지 않는다"며 "좀 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상생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정래 망원시장 신임 상인회장은 "(판매품목 결정 및 상생협약 내용은) 상인들이 만족하지 어렵겠지만 (협의체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로,  홈플러스가 더 이상의 판매제한 품목 확대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홈플러스의 판매제한 품목에 대한 효과는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가 선정한 대형마트 판매제한 품목 51종 제도화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 밖에도 그는 "홈플러스가 홍보활동, 사은품 증정, 할인행사 등을 자제하기로 해놓고 시장 안 건물까지도 홍보전단지를 부착했다"며 "2차 상생협의회에서 항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달 초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판매를 하지 않거나 수량을 줄여팔도록 권고하는 판매조정 가능품목 51개를 선정했다. 담배, 소주, 막걸리 등 기호식품 4종, 두부, 콩나물 등 야채 17종 등으로 선정된 이들 품목들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상인협의체와 홈플러스는 내달 둘째주 목요일 2차 상생협약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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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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