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수입 화장품 가격 행보가 제각각이다. 일부 브랜드는 관세 철폐 또는 고객 감사 차원에서 가격을 인하하는 반면 일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한때 짬짬이 의혹까지 받아가며 비슷한 시기에 가격 인상을 거듭했던 것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불황으로 판매가 저조해지자 각사 상황에 맞춰 고가정책 유지 확대나 저가의 박리다매로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모엣헤네시그룹(LVMH)의 화장품 브랜드 프레쉬는 지난 1일자로 백화점 19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20% 인하했다.
'로즈 페이스 마스크(100㎖)'는 기존 10만2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20% 인하됐고, '로즈 플로랄 토너(250㎖)'는 6만5000원에서 5만7000원으로 12% 내려갔다.
회사측은 2년 전 미국 현지에서 가격 인하 프로모션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어 올해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레쉬 관계자는 "명품 화장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마니아들만이 주로 찾는 제품이었다"며 "올해 한국 론칭 10주년을 기념하고 더 많은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색조 브랜드 스틸라도 전체 품목 중 절반 이상인 120개 품목의 가격을 10% 인하했다.
스틸라 관계자는 "미국, 유럽 FTA 관세 인하와 원화 강세에 따른 내부 결정"이라며 "향후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수입 브랜드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거나 브랜드 파워가 약한 수입 업체들은 가격을 인하해 판매량을 늘리려는 전략이지만 이와는 반대로 가격을 인상하는 브랜드도 있다.
미국 P&G의 화장품 브랜드 SK-II는 지난 1일부터 제품 가격을 평균 3% 인상했다. '셀루미네이션 에센스 EX(50㎖)'는 기존 22만9000원에서 24만3000원으로,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150㎖)'는 16만5000원에서 17만5000원으로 각각 6%씩 올랐다.
프랑스 브랜드 샤넬 역시 지난달 1일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수블리마지 크림(50g)'은 43만원에서 44만원으로, '르 블랑 메이크업 베이스(30㎖)'는 6만5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인상됐다.
SK-II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는 데는 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했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 이외에는 어떤 합리적 이유도 들을 수 없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어느 정도 시장을 점유하고 있거나 소위 명품으로 알려진 수입 브랜드들은 다수의 마니아 고객을 보유하고 있어 가격이 올라도 매출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품 하나라도 비싸게 팔아 이익을 남기려는 명품 브랜드의 경향이 이번 불황 타개를 위한 가격 정책에도 반영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불경기 속에서 매출을 올리기 위한 정책이 브랜드마다 다를 수 밖에 없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는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에 국내 소비자들이 얼마나 버텨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