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10년)②은행 '웃고' 보험 '무표정'에 증권은 '침울'

(특별기획)새수익원 찾은 은행 '방카상품' 올인.."수수료 과도" 비판도

입력 : 2013-03-26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이지영·이종용·차현정기자]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가 시행된지 10년이 되면서 드디어 날개를 달았다.
 
장기간 이어진 불황으로 은행의 수익이 급감하면서 방카슈랑스 판매가 은행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어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쉽게 말하면 은행에서 파는 보험상품을 뜻한다. 프랑스어 은행(Banque)과 보험(Assurance)을 합성한 말로, 1986년 프랑스의 한 은행이 생명보험사를 자회사로 세워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팔면서 만들어졌다.
 
넓게 보면 은행과 보험사가 함께 상품을 개발하거나 종합적으로 업무를 제휴하는 것도 포함된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증권사·신용카드사 등의 금융기관에서도 방카슈랑스 업무를 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시중금리보다 높은 방카슈랑스 상품 인기
 
지난해 12월 말 현재 방카슈랑스 판매제휴 계약을 한 금융기관은 122개로 은행 16개, 증권회사 20개, 상호저축은행 79개, 카드사 7개다.
 
고객이 방카슈랑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은행 등 금융기관 한곳에서 예금·대출·보험 가입과 같은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라는 매리트가 고객을 사로 잡은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3년 8월 제도도입 이후 국민, 하나, 신한은행 등이 보험자회사를 설립하고 보험상품 판매를 강화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방카슈랑스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주식과 부동산시장 모두 침체기에 빠져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 보다 나은 이율을 제공하는 저축성보험상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또 유럽발 금융위기 등의 불안한 경제정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에 대한 인식이 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거액의 자산가들이 대거 몰려든다. 실제로 최근 방카슈랑스는 거액을 한 번에 맡기는 거치식 계약이 호황을 주도하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대부분 은행에서 거치식 계약이 유독 많았다"며 "수천억원의 거액을 넣을 경우 한 달 이자 수익이 5000만원이 되지만 그에 따른 세금도 만만치 않아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는 방카상품은 다른 상품에 비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도 다른 상품의 판매가 저조한 상황에서 짭짤한 수수료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방카슈랑스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펀드 등의 수수료 수익은 1% 정도에 불과하지만 방카슈랑스는 평균 수수료가 3%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12월 전체 생보사들이 은행을 통해 거둔 초회 보험료는 13조8878억원으로, 총보험료(18조8236억원)의 73.8%에 달했다. 생보사들의 방카슈랑스 의존율은 2009년 57.0%에서 2010년 67.7%, 2011년 68.0% 등으로 꾸준히 상승해 왔다.
 
특히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국내 대형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액도 지난해 10조731억원(초입금 기준 월별기준 합산)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5조454억원에 비해 2배 늘어난 수치다.
 
◇은행, 수수료 높은 방카슈랑스 상품에 올인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방카슈랑스 판매액 증가는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은행들은 방카슈랑스 상품을 팔고 보험사로부터 상품이나 보험료 납입 기간, 납입 방식 등에 따라 차등화된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방카슈랑스 수수료는 3~4%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도 6700억원으로 전년(5100억원)보다 31% 증가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보험사들이 은행에 지급한 방카슈랑스 수수료는 81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6% 늘었다. 방카슈랑스 시장도 15.3% 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수료 수입은 시중은행들이 눈독 들일만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의 은행창구에서 팔린 보험료 수익은 전년 대비 각각 12.2%(1조5169억원), 26.7%(8932억원)씩 증가했다.
 
생명보험의 신계약 초회보험료는 6조10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5768억원), 손해보험은 1조2495억원으로 52.1%(4282억원) 각각 늘었다.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의 권역별 신계약 초회보험료는 은행이 7조554억원으로 전체 실적의 대부분(95.9%)을 차지하고 있고 증권 2932억원, 저축은행 4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 기댈 곳은 방카슈랑스 판매뿐이다. 은행들은 지점 창구와 부자 고객을 상대로 한 상담센터 등에서 전방위로 방카슈랑스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보험사들이 은행에 지급한 방카슈랑스 수수료는 81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6% 늘었다. 방카슈랑스 시장도 15.3% 커졌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도 6700억원으로 전년(5100억원)보다 31% 증가했다.
최근 벌어진 즉시연금 절판 사태도 판매 수수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시연금에 대한 은행 수수료는 3% 수준이다. 고객이 1억원짜리 즉시연금을 들면 은행이 30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얘기다. 실제 가입자의 80%는 세법 개정과 관련 없는 2억원 이하 즉시연금을 들었다.
 
은행 직원들도 펀드를 파는 것보다는 방카슈랑스를 파는 것이 이득이다. 수수료가 낮은 펀드는 팔아도 이득이 없지만, 방카슈랑스의 경우 소정의 성과급을 주는 은행이 있다.
 
일부 은행은 방카슈랑스 판매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해 연말 포상 등에 반영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각종 편법도 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6개 시중은행의 방카슈랑스 영업 행위를 검사한 결과 5개 은행에서 ‘꺾기’ 등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대출해 주는 조건으로 보험상품을 판 것이다. 보험료를 한꺼번에 낼 수 있는 상품을 팔면서 자신의 성과관리를 위해 한꺼번에 낼 수 없다고 거짓 설명해 고객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도 적발됐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저축성보험 위주의 방카채널 상품은 Non-Pricing 상품에 해당해 소비자들이 보험가격보다는 환급률 등을 고려해 가입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환급률의 경우 사업비뿐만 아니라 공시이율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높은 환급률을 근거로 보험상품이 저렴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모집수수료 `과도`..볼멘소리도
 
방카슈랑스 시행 10년이 되면서 전체 보험판매채널에서 방카슈랑스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가 은행에 지급하는 모집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보험사가 은행에 지급한 모집수수료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0년말 기준으로 기준으로 보험사가 은행에 지불한 수수료는 전년대비 13.3% 증가한 7120억원으로 뛰어 오르더니 2011년말에는 14.6%나 증가해 8160억원에 달했다.
 
 
보험사 입장에서 방카상품의 수익성은 은행의 과도한 상품경쟁 유도로 일반상품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특히 채널경쟁력이 열악한 중소형사의 경우 브랜드의 취약성을 통해 높은 공시이율과 과도한 사업비 인하를 유도함으로써 방카상품의 수익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중형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방카시장 내 은행의 우월적 지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면서 "방카시장 내 보험사 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은행은 영원한 갑(甲)이며 보험회사는 을(乙)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업계 1~3위 대형보험사의 의견은 잘 수렴해주면서 중소형 보험사에게는 무조건 수수료를 높게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지난해 즉시연금 같은 경우도 업계1위 삼성생명의 경우 모집수수료를 20% 인하한 금액을 받고 판매했다"고 실상을 털어 놓기도 했다.
 
그러나 보험연구원 등 전문가들은 방카슈랑스 시장 성장률에 비해 모집수수료 증가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보험연구원은 "2010년과 2011년 방카슈랑스 시장의 성장률이 각각 33.3%, 15.3%인 점을 감안하면 총 모집수수료의 증가율은 시장성장률 대비 높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방카슈랑스제도가 훨씬 먼저 도입되고 보편화된 유럽의 방카슈랑스 모집수수료를 보면 우리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일부 개별 은행점포 차원에서 보험사에게 모집수수료 이외에 행사비, 판촉비 지원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늘높이 치솟던 '스톡슈랑스', 세제 개편후 '주춤'
 
증권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스톡슈랑스’도 보험사와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떠올랐다.
 
방카슈랑스 비중이 높은 중소 보험사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차원에서 증권사에 접근했고, 증권사들도 수익다변화 차원에서 보험 상품 판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월 즉시연금 세제개편 직전까지만해도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즉시연금 인기는 하늘로 치솟았다. 저금리기조에 자산운용 리스크를 대비하는 생보사들이 즉시연금 방카슈랑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증권사의 즉시연금 절판 마케팅을 통한 즉시연금 추정 가입액은 3조원을 넘는다. 사실상 방카슈랑스 실적 상승분 중 상당액은 즉시연금의 몫이었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해 8월 정부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한도를 종전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추면서 절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그 배경이 됐다. 절세 매력이 더해진 즉시연금 수요가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세제 개편 직후 스톡슈랑스의 치솟았던 실적은 위축됐다. 현재 방카슈랑스 판매 실적은 호황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억원 이하 세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고액자산가에 대한 차별화된 마케팅에 주력해 온 증권사들은 뾰족한 수없이 마냥 가입을 권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A증권사 상품개발팀 관계자는 "은행과 달리 방문객이 많지 않은 증권사 영업점은 ‘다매’에 치중한 은행에 비해 더 공들여 적극적인 마케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큰 자금 영업에 유리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품의 비과세 혜택이 줄어든 현 상황에선 다른 대안 상품을 권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시리즈기사는 4월5일(금)과 12일(금) 낮 12시30분 토마토TV를 통해 특집프로그램 `토마토스페셜 1·2편`으로 방송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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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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