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심하다"..국내기업 해외투자 쏠림현상 '심화'

10년간 FDI 17.2%↑·국내 설비투자 4.0%↑
대한상의 ‘투자동향 보고서’..대안으로 ‘A·S·A·P’ 제시

입력 : 2013-03-25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기업규제 등 비우호적 환경 등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FDI) 선호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반면, 국내설비투자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는 장비 등 관련 산업의 침체로 이어져, 투자 감소->실업률 상승->내수 위축의 악순환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당면한 제1의 문제로 지목된다.
 
◇최근 10년..해외직접투자 17.2%↑·국내설비투자 4.0%↑
 
대한상공회의소가 25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투자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3~2012) 국내기업들의 해외적접투자가 연평균 17.2% 증가한데 반해 같은 기간 국내설비투자는 4.0% 느는데 그쳤다.
 
직전 10년간(1993~2002)과 비교하면 해외로 쏠리는 투자 동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이 기간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은 10.7%로 국내투자(4.8%) 대비 2.2배였다. 해외직접투자가 활발해지면서 10년 새 격차는 4배를 넘어섰다.
 
지난 1980년대(1983~1992) 12.9%를 정점으로 국내설비투자 증가율은 10년 기간(1993년~2002년 4.8%·2003년~2012년 4.0%)마다 급락했다. 1990년대 초기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이동하다 최근에는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최근 10년간 국내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인 17.2%는 G8(10.9%)과 G20(11.9%) 등 경제 선진국들은 물론 전 세계(12.4%) 대비로도 월등히 높다. 보고서는 “생산비용 절감과 상품시장 글로벌화 전략 등에 기인하지만 기업규제와 기업가정신 약화 등도 문제”라며 우호적이지 않은 국내환경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보고서는 이어 “최근의 국내투자 부진은 경제성장률 하락과 함께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국내투자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전체의 생산능력이 저하돼 잠재성장률 하락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재계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를 비롯해 한화 등이 여전히 올해 투자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LG를 선두로 SK, GS 등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투자계획안을 마련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총수 리스크 또는 새 정부에 대한 눈치 보기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상의 "A·S·A·P가 대안"..각종 규제 완화 시급
 
대한상의는 대안으로 ‘A·S·A·P’를 제시했다. 규제완화(Alleviating regulations), 역차별 해소(Solving reverse discrimination), U턴기업 지원(Aiding U-turn corporations), 기업가정신 고취(Promoting entrepreneurial spirit)의 앞머리를 딴 것이다.
 
보고서는 우선 규제완화 관련해 현재 일부에만 적용하고 있는 네거티브 규제방식(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을 확대 적용하는 등 기업규제 수준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투자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에 대한 진입 규제를 완화할 것을 제언했다.
 
또 기업의 인력운용에 부담을 주는 노동규제 관련해서 비정규직을 고용형태로 인정하고 정년연장 의무화, 근로시간 단축 등의 방안은 기업현실에 맞게 점진적·자율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의 유연성을 촉구한 것으로, 기업 입장만이 담긴 탓에 노동계 등 사회적 합의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역차별 해소에 대해 보고서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각종 조세혜택 등이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보고서는 “외자 유치를 지정한 경제특구라 하더라도 투자유치 실적이 부진한 경우 국내기업에 대해 예외적으로 임대료 감면, 조세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도 제시됐다. 보고서는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해외현지 경영환경 악화 등으로 향후 국내로 복귀하는 해외진출기업이 늘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를 창출하기에는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면서 “조세감면, 토지배입 비용과 같은 자금 지원, 산업단지 입주우선권 부여 등 각종 지원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끝으로 기업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창업과 틈새시장 공략 등 기업들의 좀 더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기업가정신 고취를 촉구했다. 물론 이면에는 반(反)기업 정서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전수봉 조사1본부장은 “경기침체로 기업심리가 많이 위축돼 있는 만큼 투자가 필요 이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개선하고, 투자촉진을 위한 정책들을 다양하게 펼쳐 국내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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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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