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의 사퇴 이후 새누리당이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청와대의 인사실패를 비난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새정부 출범 한 달만에 6명에 이르는 초대 내각 후보자들이 낙마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25일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도 개선은 물론 필요하다면 관계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데 이어 이상일 대변인은 “인사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뿐 아니라 부실 검증의 책임을 물어 관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새누리당의 주장은 인사 실패의 책임을 물어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민정라인을 경질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곽 수석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창립멤버로 박 대통령의 측근그룹에 속한다.
불과 3일전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수많은 의혹으로 사퇴했을 때만 해도 이상일 대변인은 "현명하고 용기있는 결단이다. 앞으로 더 적합한 인사가 추천되길 바란다"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두둔했다.
새누리당의 태도가 돌변하게 된 것은 박 대통령의 ‘불통’을 비난하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새누리당을 대하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자세에 의원들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수위 때부터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과 별다른 의논이나 소통없이 인사, 새정부 주요 정책 등을 결정했다.
또 새누리당이 민주당과 정부조직법을 협상할 때 박 대통령은 원안 고수를 고집해, 교섭과정에서 새누리당의 운신의 폭을 크게 줄여 버렸다.
여기에 새정부 조각에서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들을 소홀히 대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관료 출신만 중용하면서 친박, 비박과 관계없이 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현역 국회의원에서 장관으로 발탁된 진영 안전행정부 장관, 조윤선 여성부 장관도 사법시험을 통과한 관료 출신이다.
청와대는 새누리당의 이같은 입장 변화에 당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민정라인 교체가 당의 주장처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다, 반면 책임자를 문책하지 않을 경우 인사 실패를 지적하는 여론을 설득하는 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여당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청와대와 박 대통령으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난국을 타개할 대안을 빨리 내놓고 실행에 옮기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능구 이원컴 대표는 “앞으로 인사검증이 충실하게 이뤄지고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며 “여당의 입장을 수용하려면 가능한 빨리 해야한다. 정치는 타이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