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단단히 구긴 '국제그린에너지 엑스포'..주요 업체들 '외면'

태양광시장 불황 탓..업체들 실속있는 전시회만 참가

입력 : 2013-03-26 오후 3:47:56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내달 3일 대구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 신재생에너지 전시회 '국제그린에너지 엑스포'가 개최 10년 만에 체면을 단단히 구기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거 불참을 선언하면서 '주인 없는 잔치'를 해야 할 판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009830)현대중공업(009540), 삼성SDI(006400), OCI(010060), 웅진에너지(103130), 신성솔라에너지(011930) 등은 '국제그린에너지 엑스포'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태양광 업황이 침체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은 전시회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그린에너지 엑스포는 지난 2004년 개최된 신재생에너지 전시회로 그동안 태양광 분야가 전시회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왔다. 때문에 행사를 주관하는 대구 엑스코(EXCO) 측은 매년 국내외 주요 태양광 기업이 참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홍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 전시회는 예년과 상반된 분위기다. 태양광 업황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관련 업체들이 참가 포기를 선언했다.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 대신 비교적 사정이 좋은 일본과 독일 등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며 실속을 차리는 모습이다. 태양광 사업 부문에서 적자가 누적됨에 따라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태양광 시장 규모는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일본의 10분의 1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5월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태양광 산업 재도약 프로젝트'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 연간의무공급량은 330메가와트(MW) 규모로 계획돼 있다. 지난해 일본 전역에서 설치된 3기가와트(업계 추정)와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10배가량 차이나는 셈이다.
 
지난 2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태양광 전시회에 국내 기업들이 큰 관심을 가졌던 데 반해 국내 전시회엔 관심이 시들한 이유기도 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되다보니 예산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비용 대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일본, 독일, 중국 등 주요 수요처를 중심으로 전시회에 참가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업황악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참가 기업들이 대폭 축소된 것으로 안다"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빠진 상태에서 참석할 경우 주목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올해는 건너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은 국제그린에너지 엑스포의 근본적인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시회를 통한 홍보, 판촉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계열사에 속한 한 업체 관계자는 "국제그린에너지 엑스포가 중국 등 해외 유명 기업을 유치했다고 홍보했지만, 지난해 전시회에 참여해보니 해당 기업이 참가하지 않는 등 위상에 대해 회사 차원의 불만이 많았다"면서 "올해는 시장 환경이 어려운 만큼 제품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역 중심으로 선별해 참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업계의 외면에 대해 주관사인 엑스코 측은 불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엑스코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은 태양광 사업을 철수했거나 국내 사업을 포기하는 등 업계 내 변동과 구조조정이 있어 주요 기업들이 참석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행사 규모와 참가 업체수를 따지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3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해 3일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국제그린에너지 엑스포는 세계 25개국 360개사가 참여한다. 이번 전시회는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3대 신재생에너지 부문 전시회로 특화시켰으며,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 클라우스 라베 위원장이 '풍력 콘퍼런스' 기조연설자로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열린 국제그린에너지 엑스포 현장(사진=국제그린에너지 엑스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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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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