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새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국정철학으로 내세우면서 은행권도 중소기업 지원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서 나아가 은행장이 직접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하는가 하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무료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여주기식 '지원행사'보다는 은행의 고유업무인 여신심사 능력을 강화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지난 26일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에 위치한 중소 제조업체를 방문했다. 직접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윤 행장은 이 자리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며 방문한 공장의 시설투자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같은 날 농협은행은 인천 남동공단에서 지역 중소기업 대표이사들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을 실시했다.
농협은행은 기업고객본부장이 60여명의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경영계획 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경영현안과 금융애로사항을 논의했다.
산업은행도 27일부터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기업 성장전략 컨설팅 프로그램 시행에 들어갔다.
중장기 성장전략, 포트폴리오전략 등 경영전략과 재무진단, 자금조달·운용전략 등 재무전략에 대한 컨설팅을 무료로 실시하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김종준 행장이 직접 중소기업 현장을 누비고 있다.
한달에 한번씩 '중소기업 경영자와의 콘퍼런스'를 열어 중소기업 CEO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갖는 것.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이를 금융상품 개발로 연결해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한 중소기업 대표는 "2, 3차 협력업체들은 여전히 은행 대출문턱이 높다"면서도 "은행들이 더 많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한다면 (대출) 문턱이 지금보다는 낮아지지 않겠냐"며 호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대출심사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의 신용평가시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재무위험이 높지만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적극적으로 대출을 지원하는 반면 현재 지표상 경영상태가 좋지만 향후 부실 가능성이 큰 기업에는 대출을 자제할 수 있는 심사 능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
은행들은 과거 담보와 기업 명성 등에 의존한 신용평가에서 최근 현금흐름이나 사업성, 미래현금흐름 분석 등에 기반한 신용등급 평가 방식을 활용해 기업을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위험도, 미래 재무상황, 비재무상황, 산업내 지위, 계열 등 은행 여신담당자가 판단해야 하는 평가항목이 많아졌다.
주가수준, 공장가동률 등 객관적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대출 심사역 등 전문가의 주관적인 심사역량이 기업의 신용등급과 대출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 계열 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중소기업 심사시 통계적 모형을 통한 신용등급 평가도 중요하지만 여신담당자의 심사능력도 중요하다"며 "정확한 정성(定性)평가를 위해선 은행이 심사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