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정의 펀드톡)펀드이름을 알면 펀드가 보인다

입력 : 2013-04-01 오전 7:05:00
[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반갑습니다. 한은정기자입니다"
 
여의도에서 취재활동을 하다보면 명함을 내밀면서 던지는 첫마디가 이름입니다. 상대방도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고 나면, 앉아서 두런두런 이얘기 저얘기하면서 서로를 알아가죠.
 
펀드도 사람처럼 통성명하고, 자신이 어떤 펀드인지 얘기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묵묵부답이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사람의 성명이 성과 이름으로 나뉘는 것처럼, 펀드의 이름에도 규칙이 있습니다.
 
이름이 아주 고운 사람이라 부드러운 성격일 것만 같았는데 실제 성격은 털털한 사람이 있는것처럼, 사람은 이름과 성격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 펀드는 이름에 나타난 성격 그대로입니다. 그러니 펀드의 이름만 잘 알아도 어떤 펀드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①은 펀드 운용회사의 이름을 말합니다. 판매회사가 아니라 어떤 자산운용사인지를 말해주는 것인데요, '한국투자'라고 되어있으니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는 얘기겠죠.
 
②는 펀드의 투자대상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이 펀드는 '삼성그룹'에 투자하는 펀드겠네요.
 
운용특성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신영 마라톤 증권투자신탁 1A(주식)'이라는 펀드를 생각해본다면, 단기투자보다는 장기적으로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이니 '마라톤'이라는 이름이 붙었구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코리아', '브릭스', '차이나' 등 투자지역이 명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실제 포트폴리오와 다른 경우도 있으니 운용보고서를 잘 확인해야합니다. 'GS 골드스코프 증권투자신탁 1(주식)Class C3(자)'라는 펀드가 있는데 골드스코프라고 하니 왠지 금에 투자하는 펀드같기도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니 삼성전자 같은 주식에 90%이상 투자하고 있습니다.
 
펀드 이름에 ‘골드’가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금 관련 펀드는 아니라는 거죠. 이름을 강조하거나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 펀드 이름에 골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③은 투자방법을 뜻합니다. 적립식과 거치식을 구분하는 것으로, 적립식은 일정기간마다 일정금액을 나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이고 거치식은 일정금액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④를 보면 상품의 유형을 알 수 있습니다. '증권투자신탁'은 펀드를 가리키는 공식 명칭이자 법률용어입니다. 수익증권과도 사실상 같은 뜻으로 쓰이는 거죠. 투자신탁앞에 증권이란 말이 붙은건 주로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라는 걸 가리킵니다. 만약에 이 펀드가 채권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면 채권투자신탁, 섞어 투자하면 혼합투자신탁 이렇게 되는거죠.
 
⑤는 펀드의 시리즈입니다. 펀드 규모가 커지게 되면 같은 전략으로 2호, 3호, 4호가 나오기도 하죠. 이 펀드는 1호 다음 두번째로 설정된 2호 펀드네요.
 
⑥은 투자 자산군으로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안정형, 파생, 원자재 등 여러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이 펀드는 주식에 60% 이상을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입니다. 채권형펀드는 채권이나 채권관련 파생상품에 60% 이상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혼합형 펀드는 주식편입비율에 따라 주식편입비율 최고 50%까지는 주식혼합형, 50% 미만은 채권혼합형으로 구분됩니다.
 
'GS 골드스코프 증권투자신탁 1(주식)Class C3(자)'처럼 모자(母子)형 펀드인지 명기하기도 합니다. 모자형 펀드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자(子)펀드로 모아서 모(母)펀드에 투자하는 개념입니다.
 
마지막 ⑦은 클래스라고 하는데, 수수료 체계를 나타냅니다. A형부터 시작해 다양하게 분류되는데요. A형은 수수료를 미리 내는 선취형 펀드, B는 일정기간 이전에 환매하면 후취수수료를 내는 펀드입니다.
 
C형은 선취수수료와 후취수수료가 없지만 연 보수가 비싼 유형, D형은 선취와 후취 수수료를 모두 내는 유형이고요. E형은 인터넷 전용펀드로 수수료가 저렴하고, I형은 법인 전용, W형은 랩어카운트 전용펀드입니다.
 
펀드를 보다보면 A형과 B형, C형이 많은데요. A형은 중간에 환매가능성이 있지만 장기로 투자할 경우에, B형은 환매계획이 없는 장기투자에 적합하고, C형은 중간에 환매가능성이 높은 투자자들이 선호합니다.
 
펀드이름에 참 많은 의미가 담겨있죠? 우리나라 펀드가 2013년 3월 현재 1만1000개가 넘습니다. 이렇게 많은 펀드를 어떤 펀드인지 어떻게 일일이 알아보겠어요. 펀드 이름을 보고 1차적으로 내게 맞는 펀드인지 걸러낼 수 있는 안목을 길러보세요.
 
이제 증권사나 은행에서 권유하는 펀드에 그냥 가입하지 마시고 펀드 이름을 들어보시고, 어떤 펀드인지 더 상세히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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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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