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올해 세입목표치에 대해 사실상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백기'를 들었다.
무려 12조원 수준의 세입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의 편성이 불가피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5년간 장담했던 균형재정은 커녕 이른바 '한국판 재정절벽'의 선언이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지난 29일 올해 세입이 예산대비 12조원 수준까지 부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경기둔화와 함께 이명박 정부에서 정한 균형재정 목표가 세입부족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실토했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해 그나마 경제분야 성과로 꼽았던 '재정건전성'의 모양새를 다듬기 위해 '균형재정' 목표를 무리하게 유지한 것이 재정절벽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어려운 경기상황을 투명하게 반영하지 않고 과도하게 책정한 세입예산은 무려 12조원이라는 재정구멍을 뚫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해) 과다 계상된 세입을 현실에 맞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눈에 보이는 세수결손을 방치하면 금년 하반기에는 소위 말하자면 한국판 재정절벽도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재정절벽은 사실 예고된 재앙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유럽재정위기 등 글로벌 위기를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두차례나 큰 폭으로 하향 수정했다.
2011년말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였다. 4% 성장을 통해 이명박 정부 임기말인 2012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유럽재정위기 등 글로벌 리스크는 해소되기는 커녕 지리하게 이어졌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서서히 침체의 길을 걸어내려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6월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에는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크게 하향조정했고, 12월에는 2.1%로 떨어뜨려 경제전망의 실패를 시인했다.
정부가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나마 성장률을 수정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문제는 성장률만 수정하고 재정목표는 수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성장하겠지만 균형재정은 달성할 수 있다는 고집이었다. 9월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시에 '균형재정 달성' 목표를 '균형재정 회복'으로 수정하긴 했지만 균형재정 목표를 2012년에서 2013년으로 미뤘을 뿐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2조원 수준의 세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이 재정학계의 판단이지만, 정부는 경제성장이 세수입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박재완 장관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고위관료들은 "성장이 반드시 세수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면서 세수입 목표치를 수정하지 않았다.
공기업 매각과 관련한 세외수입 목표 역시 변동이 없었다.
정부는 지난해 세입에 1조230억원의 기업은행 주식매각대금과 8808억원의 산업은행 지분매각 대금을 포함시켰고, 이는 2013년 세입예산에 고스란이 이월됐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정부 보유주식은 해가 바뀐 지금까지 요지부동이며 박근혜 정부는 결국 매각 자체를 포기했다.
특히 이러한 정부의 고집이 2013년 예산에도 그대로 반영된 점이 문제다.
정부는 2013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경제성장률을 4%까지 예상했다가 다시 3%, 이번에 2.3%까지 하향조정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예산심의 과정에서 정부의 세수추계보다 2조3000억원이나 낮은 214조1000억원이 적절하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부족한 세수는 비과세감면정비 지속, 세원투명성 제고 노력강화, 산업은행 등 공공기관 민영화를 통한 정부 보유주식 매각 추진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부가 올해 비과세감면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원투명성 제고를 세입대책으로 내 놓은 것도 믿음이 가지 않는 이유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낙관적인 경제 및 세수전망, 세외수입 실현가능성에 기초해 2013년 균형재정 목표로 삼았다"면서 "2013년 균형재정 실현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증세 등 근본적인 재정대책 없이 재정균형과 공약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제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